중증수술 1000여 종 수가 인상... 실손보험 보장 축소 검토

입력
2024.08.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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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수가제 치료 결과보다 행위량 늘리기 중심"
의료취약지 공공정책수가 도입, 종별 가산제 개편
"과잉 비급여 진료 제한해야" 상세 효능정보 공개 
도수치료·백내장렌즈 등은 급여 병행진료 제한

정부가 의료비 지불제도의 근본적 개편에 착수한다. 현행 제도가 수술과 진료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의료행위 가격)를 책정해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꼽혀온 만큼, 우선 중증수술 분야의 수가를 선별적으로 인상한다. 의료 취약지나 소아·분만 분야에는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보상을 강화한다. 과잉 우려가 있는 비급여 진료에 대해선 표준가격을 설정하고, 의료체계 왜곡의 주범으로 지목된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를 합리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13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행위별 수가제의 불균형 구조를 전면 혁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행위별 수가제는 우리나라 수가제도의 근간으로, 개별 의료행위마다 단가를 정해 의료비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정 단장은 "행위별 수가제는 치료의 결과물보다는 행위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게 된다"며 "의료비 지출 증가를 제어하고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행위별 수가제는 여섯 가지 의료행위 유형 가운데 진료·수술·처치는 보상 수준이 낮고 검체·영상·기능은 보상 수준이 높아 과잉 검사를 유발하고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정 단장은 "고난도 수술보다는 검사를 많이 할수록 돈이 되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며 "모든 수가를 한 번에 조정하긴 어려우니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보상이 낮은 중증 수술 1,000여 개를 선별해 핀셋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정책수가와 가치 기반 지불제도도 강화된다. 공공정책수가는 중증·응급·고난도 진료, 야간·휴일 진료, 소아·분만 분야, 의료 취약지 등에 수가를 가산해 보상하는 제도다. 가치 기반 지불제는 보다 가치 있는 의료를 제공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행 의료기관 종별 수가제를 손보기로 했다. 지금은 상급종합병원이라면 중증과 경증의 구분 없이 진료비의 15%가 가산되는데, 이를 중증을 진료하면 더 보상하고 경증을 진료하면 덜 보상하는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비급여 의료시장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장에서 기준 없이 제각각 쓰이는 비급여 명칭을 체계화하고, 비급여 공개제도를 개선해 총 진료비와 안전성·유효성 평가 결과, 대체 가능한 급여 진료를 종합적으로 공개할 방침이다. 더불어 비급여 진료 비중이 높은 의료기관을 공시해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과도하게 이뤄지는 비급여 항목은 집중 관리한다. 정 단장은 "도수치료, 비급여 렌즈 사용 백내장 수술, (코막힘 증상을 치료하는) 비밸브 재건술 등 과잉 우려가 명백한 비급여는 급여와 병행진료를 제한하고 표준 가격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개혁 필요성도 제기했다. 정 단장은 "실손보험이 낮은 건강보험 본인부담금마저 보장하다 보니 환자가 비용 의식 없이 경증에도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등 의료이용 체계가 왜곡돼 왔다"며 "의료개혁추진단은 물론이고 금융당국, 실손보험사도 실손보험의 본인부담 보장을 줄여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 등에서 실손보험의 보장범위 합리화, 상품 관리 및 계약구조 개선, 보건당국과의 협력체계 등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