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국회에서 단독 처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13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안을 의결하자, 노동계는 "정권 퇴진운동을 벌이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는 터라,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을 둘러싸고 껄끄럽던 노정 관계가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노조법 개정안은 이미 정부가 재의를 요구해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근로자가 아닌 자도 노조법의 특별한 보호를 받도록 해 노조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커졌다"며 "손해배상 제한 범위가 더욱 확대돼 불법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사용자와 국민들께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란봉투법은 사업주의 범위를 노동자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원청업체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파업 등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사업주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했다. 특히 폐기된 직전 법안과 달리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는 특수고용직, 플랫폼노동자, 해고자와 같은 현행법상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노조는 정부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 해법을 노동자 권리 강화로 풀어보자고 절규했으나 윤석열 정권은 또다시 외면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에서 노동자의 고통, 불행이 하루하루 지속되고 있다"며 "하반기 전면적인 정권 퇴진 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고기석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정부 행태에 대한 분노가 폭염보다 뜨겁다"며 "노동자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조법이 개정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입으로는 노동약자 보호를 말하면서 정작 노란봉투법에 대해 묻지마 거부권을 남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수고용노동자와 하청노동자, 손해배상 가압류를 당한 노동약자를 지키는 기본 중 기본이 노란봉투법"이라며 "거부권 행사 도돌이표를 멈추라"고 말했다.
노동계의 집단행동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17일 광화문 등 서울 도심에서 노란봉투법 수용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지난 5월 윤 대통령의 공언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가칭·노동약자보호법) 제정 노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야당과 노조는 노동약자보호법에 대해 취지는 공감하지만 노란봉투법이 없으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동약자를 보호하는 근본적 해답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은 거부하면서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은 허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