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보다 먼저... 구글 안드로이드폰, AI 제미나이 품었다

입력
2024.08.1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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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안드로이드 OS 연동성 강화
새 아이폰 겨냥한 듯... "몇 주 내 출시"

가수 사브리나 카펜터의 팬인 당신. 카펜터의 투어 스케줄에 내 일정을 맞출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앞으로는 달력을 볼 필요 없이 '제미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켜는 게 나을지 모른다. 이 앱으로 공연 일정을 촬영한 다음 이렇게 명령하면 된다. "내 달력을 체크해서 그(카펜터)가 샌프란시스코에 오는 날, 내가 시간이 되는지 봐줘."

제미나이는 사진 분석 후 이용자 캘린더에 저장된 일정과 대조해 답해 준다. "11월 9일에 오는데, 그날엔 특별한 일이 없네요." 당신은 추가 주문도 할 수 있다. "알았어. 그러면 오늘 저녁 7시에 티켓 가격 확인하라고 리마인드해 줄래?" 이를 들은 제미나이는 당신 스마트폰의 태스크(할 일 관리) 앱에 알림을 추가해 줄 것이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에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가 결합된다. 이제 제미나이는 안드로이드폰과 긴밀히 연동돼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를 대신 수행한다. 진정한 '모바일 비서'에 한발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긴밀히 연동

구글은 13일(현지시간) "앞으로 몇 주 안에 제미나이의 새로운 확장 기능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월 구글이 별도 앱으로 출시한 AI 제미나이는 그동안 지메일이나 구글지도 같은 '구글 앱'에 대한 명령만 수행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계 △알람 △미디어 재생·정지 △음량 조절 △와이파이·블루투스 설정 등 안드로이드폰의 기본 기능은 물론, 킵(메모)·태스크·달력 등 기본 탑재 서비스에 대한 요청도 이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예컨대 마트 전단지를 사진으로 찍은 뒤 '할인 제품을 언제 사야 할지 알려 달라'고 제미나이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캘린더에 알림을 추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드로이드폰 이용자가 AI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 제미나이를 소환해 일을 시키는 것도 가능해진다. 제미나이 앱이 깔린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전원을 길게 누르거나 "헤이 구글"이라고 말하면 제미나이가 곧바로 실행된다. 그다음에는 '화면 정보에 대해 물어보기'를 눌러 궁금한 사항을 질문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 시청 중일 땐 '이 동영상에 대해 질문하기'를 택하면 된다. 가령 뉴욕 여행기 영상을 보는 중이라면, 제미나이를 불러 "영상에 나온 식당들을 지도에 저장해 줘"라고 주문할 수 있다. 제미나이는 시청 중인 영상 속 정보를 인식한 뒤, 이를 지도에 추가해 준다.


'AI 아이폰' 공개 앞두고 선수친 구글

구글은 이날 제미나이를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개인 AI 비서"라고 소개했다. 또 "오직 안드로이드폰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라고도 했다. 테크업계에서는 "구글이 애플의 새 아이폰 공개를 앞두고 선수를 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애플은 다음 달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한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인데, 구글이 이보다 먼저 '진화한 AI 폰' 기능을 선보이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는 뜻이다.

구글은 매년 10월 열었던 픽셀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 행사도 올해는 두 달이나 앞당겨 13일 개최한다. 이 역시 새 아이폰 공개를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이폰 신제품 출시에 앞서 (AI 폰) 시장을 선점하고 관심을 빼앗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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