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악역 하면 광고가 끊긴다고?

입력
2024.08.17 14:45
조진웅, 흉악범 연기한 유재명에 "광고는 다 찍었다고 봐"
임지연·김소연, 악역 소화 후 광고계 러브콜

배우 조진웅은 유재명에게 "형, 앞으로 광고는 다 찍었다고 봐"라는 이야기를 했다. 유재명이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에서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극악무도한 악역을 소화하면 광고 모델이 될 기회를 잃게 될까. 일부 배우들은 악당을 연기했으나 오히려 광고계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임지연·김소연, 악역 연기 후 승승장구

악역을 소화해 주목받게 된 대표적인 배우는 임지연이다. 임지연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을 연기했다. 학교폭력은 대중이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슈다. 가해 의혹으로 많은 스타들의 연예계 활동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그러나 가해자 캐릭터를 연기한 임지연은 대중에게 호감 스타로 받아들여지는 중이다. 그는 '더 글로리' 공개 후 바이오 스킨 솔루션 브랜드, 카페 브랜드 등의 모델로 발탁되며 꽃길을 걷고 있다.

배우 김소연은 악녀 캐릭터로 'SBS 연기대상'의 대상 트로피까지 차지했다. 그가 SBS '펜트하우스' 시리즈에서 연기한 천서진은 악행을 일삼는 인물이었다. 남다른 욕심을 갖고 있는 이 캐릭터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아버지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버지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천서진의 모습이 많은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그러나 천서진을 섬세하게 그려낸 김소연은 크게 주목받았고, 프리미엄 헤어기기 전문 브랜드의 최초 뮤즈로 발탁되는 등 광고계의 뜨거운 러브콜을 즐기게 됐다.

중요한 것은 '매력'

악역을 맡았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지는 지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으면 부정적인 쪽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악역도 어느 정도 멋진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이 있고, 완전히 혐오스러운 것이 있다. 혐오스럽고 추한 역할일 때는 광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캐릭터를 연기한 스타가 광고에 등장할 때 시청자의 기분이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 대중문화평론가는 광고계의 러브콜을 받은 임지연 김소연의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임지연의 경우에는 '더 글로리'에서 스타일 좋고 예쁘게 나왔다. 엄밀히 따지면 악역도 아니었다. 이 캐릭터의 악행은 (신예은이 박연진을 연기한) 청소년기에 이뤄졌다. 어른이 된 박연진은 문동은(송혜교)에게 당했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에게 혐오감을 안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펜트하우스'의 김소연에 대해서는 "부유층의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보여줬다. 대중이 그런 스타일을 선망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혐오감만을 안기는 역할이 아니라면 악역을 맡는 것이 오히려 연기력을 증명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울러 요즘의 시청자들은 배우와 캐릭터를 분리해 보는 경향이 짙다. 과거에는 악한 캐릭터를 소화한 후 시민이 던진 계란을 맞았다는 배우들의 경험담도 들려왔으나 시간이 흘러 이러한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악역 소화에 대한 연기자들의 부담감도 적어졌다. '도전하고 싶은 배역'은 배우와의 인터뷰에서 단골 질문 소재인데, 이때 신민아 박신혜 등 많은 스타들이 악당 역할을 향한 갈망을 드러내곤 했다. '악역이면 광고가 끊긴다'는 것도 옛말이다. 그 악역이 어느 정도 매력을 갖추고 있는지, 아닌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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