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바벨탑에서 한국 경제 살리기

입력
2024.08.14 00:00
22면
증시 폭락, 글로벌 냉온탕 정책 후유증
우리가 숨겨 놓은 구조적 후유증 폭발
단기 처방 대신 사회 바꾸는 개혁 필요

8월 초반 글로벌 금융시장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거의 모든 자산이 폭락 기록을 갈아치웠다. 세계 경제에 잠재하고 있던 위험요인이 동시에 나오면서 금융시장은 무중력 상태에 빠졌었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다른 국가 경제도 조금씩 후퇴하지만 안정적인 조정만 거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7월 말 물가가 서서히 잡히면서 미국 고용이 약간 둔화되는 신호가 나타났다. 이런 미세한 변화에 전 세계 금융시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폭락했다. 이 정도 경기 침체 신호로 역사적인 폭락을 설명할 수 있을까.

크고 길게 판단해 보자. 우리는 집단적으로 코로나를 잊고 있다. 4년 전 코로나는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당시 모든 국가는 금리를 역사상 가장 낮게 가져갔다. 마이너스(-) 금리 국가가 나오고 한국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0.5%에 불과했다. 시중에 자금을 무제한으로 풀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이 푼 돈은 약 30조 달러에 달했다. 그에 더해 국가 재정을 전쟁 수준으로 투하했다.

2022년 중반을 고비로 코로나가 물러가자 이번에는 모든 흐름이 역전되었다.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다. 풀어 논 자금도 거둬들이고 있다. 코로나 극복 비용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바람에, 재정이 성한 나라는 거의 없다. 지난 4년간 냉온탕을 반복하는 정책으로 세계경제는 큰 내상을 입었다. 지금은 코로나 국면에서 과다 투여했던 진통제 효과가 사라지는 국면이다.

물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 경제로의 전환은 큰 희망이다. 그러나 배터리, 태양광 산업의 공급과잉, AI 반도체의 일부 결함과 과도한 AI 전환 비용은 큰 문제다. AI 시대로 가는 것은 맞지만 기대감이 너무 컸다는 반성도 중요한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적 기대에 제동이 걸리는 시점에서 코로나로 입었던 내상이 결합된 사건이 이달 초의 폭락 원인이다.

그렇다면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다. 기억하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늘 디플레이션을 우려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저성장이 유발한 다양한 사회 갈등에 시달렸지만 그나마 물가는 안정적이었다.

이번에는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물가가 당시보다 크게 올랐고 국가, 기업, 가계 부채가 급증했다. 모든 국가에서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미국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보호주의 물결은 강화될 것이다. 잠잠하던 중동 정세마저 장기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8월 초 금융시장 급변동의 직접적 원인은 일본의 금리이다. 일본에서 거의 이자 없이 빌려서 투자하던 자금들이 일본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가 뇌관이었다. 물론 이 문제는 가격 조정을 통해 빠르게 균형을 찾고 있다. 이제 인류는 코로나가 만든 부채의 바벨탑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우리는 알고 있지만, 은폐하고 싶었던 구조적 문제가 일거에 도출되는 시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큰 시각으로 현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코로나 때 사용했던 단기 생존형 정책은 진통제를 맞는 것에 불과하다. 증상은 악화되었고 남발된 단기 정책으로 약발은 먹히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 차원에서 사회 전체를 바꾸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을 배제하고 저출생, 연금·교육·의료 개혁 등 구조적 문제를 우선 해결하는 것만이 근본적 대책이다. 구조 개혁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주면 투자와 소비는 자동으로 증가할 것이다.


홍성국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