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틀막·대통령실 이전·채 상병 사건에 '충암고 친정체제'… 野, 김용현 불가론

입력
2024.08.13 10:57
"용산, 대통령실로 부적절… 알면서도 강행"
"대통령 심기만 챙겨… 피의자 입건도 모자라"
"방첩사·777사령관도 충암… 자정기능 우려"

야당이 13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대통령실 경호처장 시절 논란을 겨냥한 ‘3대 불가론’을 꺼내들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는 ‘입틀막’, 대통령실 졸속 이전, 채 해병 수사 외압의 당사자"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선 지난 2월 카이스트 졸업식 당시 한 졸업생이 축사를 하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하다 강제 퇴장당한 '입틀막' 과잉경호 사건을 불가 이유로 꼽았다. 국방위 야당 간사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국방부 장관 자리에 대통령의 심기만 챙기는 인사가 오는 게 적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는 예산 문제뿐 아니라 국방부 건물을 사용하는 데 따른 안보 공백까지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작업을 주도했다. 이에 대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용산은 ‘도감청’과 ‘영공 방어’에 취약해 대통령실 부지로 매우 부적절한데 김 후보자는 이 같은 사실을 잘 알면서도 ‘졸속 이전’을 강행했다"며 "결국 대통령실은 북한 무인기와 미군 도감청에 뚫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이어 "육군이 사용하던 건물을 빼앗아 대통령실 경호동으로 바꾸고, 해병대 건물은 법과 규정을 어겨가며 사실상 강탈해 자신의 관사로 쓰고 있다"며 "이런 사람이 국방장관으로 오면 군령이 제대로 서겠느냐"고 했다.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대통령실 외압 연루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김 후보자가 통화한 기록이 있어서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를 겨냥해 "채 해병 순직 외압 의혹의 핵심 관련자"라며 "피의자로 입건해도 모자랄 사람을 국방부 장관에 앉히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라는 점에서, 국방부 지휘계통의 '충암고 친정 체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김병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군내 자정기능을 해야 하는 방첩사령관이 충암고 출신이고, 신호정보를 다루는 '777' 사령관도 충암고 출신"이라며 "김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완전한 친정 체제가 되고 군내 자정기능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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