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4법'으로 거부권 19회로 늘린 尹… 야당 "공영방송 장악 '독재선언'"

입력
2024.08.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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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법·방통위법 거부 "숙의 없이 일방 통과"
민주 "7개 정당 찬성, 입법권 인정 않겠단 뜻"
노란봉투법·민생지원금도 거부권 수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방송 4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19회로 늘었다. 법안 처리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거부권 행사 직후 "공영방송을 기어코 장악하겠다는 '독재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도 우원식 국회의장을 찾아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방송4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의 요구 대상이 된 '방송 4법'엔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이미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끝에 폐기된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법이 추가로 더해졌다.

대통령실은 "야당은 제21대 국회에서 부결돼 이미 폐기된 방송3법 개정안을 다시 강행처리했고, 방통위법 개정안까지 더해 공익성이 더 훼손된 방송4법 개정안을 숙의 과정 없이 일방 통과시켰다"며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시키려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의 이사 숫자를 21명으로 구성하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학회 등에 부여하는 방안이 골자다. 방통위법은 방통위 의결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규정해 '2인 체제'를 방지하는 걸 목표로 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최민희 과방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을 탄압하고 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뻔한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만 빼고 7개 정당이 압도적으로 찬성한 법안을 단칼에 거부한 것은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자 국회 입법권을 계속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국회 과방위 야당 의원들은 우 의장에게 면담을 요청한 뒤 ‘방송장악 국정조사’를 재차 요구했다. 면담 직후 김현 민주당 의원은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실태와 현주소를 알리기 위해 국정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즉답은 하지 않은 채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보자"고 했다고 한다.

과방위는 우선 14일과 21일로 예정된 청문회를 통해 앞선 방송통신위원회의 KBS,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과정이 불법적이었다는 점을 알리는 여론전에 나설 방침이다. 직무정지 중인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14일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는 13일 국무회의에서도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25만 원 지원법)에 대해서도 재의요구안을 의결할 전망이다. 이에 윤 대통령의 20·21호 거부권과 야당의 반발, 재표결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불가피하다.

박세인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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