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합병, 한미약품 경영권 소액주주들에 달렸다

입력
2024.08.12 17:10
셀트리온제약과 합병 주주 설문 종료
합병 반대 분위기... "특별위 거쳐 결정"
한미약품 오너가 소액주주 잇따라 접촉
경영권 향방 놓고 적극적 '표심 달래기'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이 소액주주의 의사에 따라 그룹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 추진,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 일가 간 경영권 분쟁에서 소액주주의 의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셀트리온은 이날 오후 5시까지 셀트리온제약 합병 추진 여부 검토를 위한 주주의견 청취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합병 완료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셀트리온제약을 합칠지 주주들에게 묻는 설문조사였다. 셀트리온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합병 추진 여부에 관한 다각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위원회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합병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조만간 특별위원회에서 회의를 열어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한 합병 추진 여부를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상장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합병이 처음 시작됐을 때와 달리 주주들의 의사가 반대 분위기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은 주주들의 의지에 따른 것이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간 합병도 양사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강제 추진은 없을 것임을 못 박았다. 그런 만큼 이번 설문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압도적일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셀트리온소액주주연대는 설문조사 개시일부터 합병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합병 예고에 따라 셀트리온제약의 주가가 고평가돼 합병 비율에서 셀트리온의 주주가치가 훼손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셀트리온은 110.7배, 셀트리온제약은 201.8배로 차이가 난다.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향방이 소액주주의 표심에 좌우될 상황이다. 창업주의 아내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손잡고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장악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총을 통해 경영권을 손에 넣은 창업주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 체제를 뒤집기 위해 이사회 정원을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자체 추천 이사를 선임해 7대 5 비율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관을 변경하려면 주총에서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66.6%)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신 회장과 모녀 3인의 지분은 48.19%, 형제 측은 29.07% 수준이다. 결국 6.04%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10% 안팎의 소액주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관건이다.

표심을 얻기 위해 창업가는 이례적으로 소액주주와 적극적인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다. 임 부회장에 이어 오는 13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도 소액주주연대를 직접 만날 예정이다. 지난달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는 창업가 삼남매에게 주가 부양책 등을 논의하자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들의 지분은 약 2.2%로 알려져 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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