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지나도 떠나지 않는 여름, 피서는 ‘토마토 컵라면’으로?

입력
2024.08.12 14:58
17면
여름 떠올리게 하는 시집들 인기몰이

‘토마토 컵라면’ ‘샤워젤과 소다수’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요즘 계절과 맞물려 서점가에서 인기를 끄는 시집 제목들이다. 뜨거운 여름날의 추억을 다룬 차정은 시인의 ‘토마토 컵라면’은 자가 출판 플랫폼을 통해 낸 독립 출판 시집인데, 12일 기준 각 서점의 문학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정도로 호응이 뜨겁다.

“…우리의 여름은 노을 진 추억이었고 // 푸르게 피어난 토마토가 붉게 익어 물러질 때까지 / 나는 그때의 향기를 비집기로 했어 // 그리도 열망하던 붉은 입자는 / 그리도 뜨거운 여름날에 사랑을 심어주고”

시집은 이렇게 끝을 맺는 표제작 ‘토마토 컵라면’부터 ‘여름향기’ ‘백사장’ ‘나의 첫 번째 여름’ 등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시로 채워져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 시집을 “여름 그 자체”라면서 이 계절에 꼭 읽어야 한다고 추천하는 글이 많다. 차 시인은 자가 출판 플랫폼인 ‘부크크’와의 인터뷰에서 “토마토의 새빨간 색은 누구나 여름을 떠올릴 수 있는 색이고, 여름날 계곡에서 먹은 컵라면은 저의 여름을 정의하기에 ‘토마토 컵라면’이라는 제목의 시집이 탄생했다”고 귀띔했다.

고선경 시인의 ‘샤워젤과 소다수’(문학동네)와 안희연 시인의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창비), 서덕준 시인의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위즈덤하우스)도 여름과 잘 어울리는 시집으로 읽히고 있다. 1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시집 매대에서 만난 20대 김민아씨는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시들은 바깥에 나가 더위를 경험하지 않아도 방 안에서 ‘여름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민음사와 문학과지성사에서는 박은지 시인의 ‘여름 상설 공연’과 박준 시인의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가 여름이 오면 판매량이 뛰는 시집이라고 소개했다. 2018년에 나온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는 “여름의 세찬 빗소리”가 들리는 장마철의 낭만을 더해준다는 이유로 여름마다 찾는 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전혼잎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