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컵라면’ ‘샤워젤과 소다수’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요즘 계절과 맞물려 서점가에서 인기를 끄는 시집 제목들이다. 뜨거운 여름날의 추억을 다룬 차정은 시인의 ‘토마토 컵라면’은 자가 출판 플랫폼을 통해 낸 독립 출판 시집인데, 12일 기준 각 서점의 문학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정도로 호응이 뜨겁다.
“…우리의 여름은 노을 진 추억이었고 // 푸르게 피어난 토마토가 붉게 익어 물러질 때까지 / 나는 그때의 향기를 비집기로 했어 // 그리도 열망하던 붉은 입자는 / 그리도 뜨거운 여름날에 사랑을 심어주고”
시집은 이렇게 끝을 맺는 표제작 ‘토마토 컵라면’부터 ‘여름향기’ ‘백사장’ ‘나의 첫 번째 여름’ 등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시로 채워져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 시집을 “여름 그 자체”라면서 이 계절에 꼭 읽어야 한다고 추천하는 글이 많다. 차 시인은 자가 출판 플랫폼인 ‘부크크’와의 인터뷰에서 “토마토의 새빨간 색은 누구나 여름을 떠올릴 수 있는 색이고, 여름날 계곡에서 먹은 컵라면은 저의 여름을 정의하기에 ‘토마토 컵라면’이라는 제목의 시집이 탄생했다”고 귀띔했다.
고선경 시인의 ‘샤워젤과 소다수’(문학동네)와 안희연 시인의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창비), 서덕준 시인의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위즈덤하우스)도 여름과 잘 어울리는 시집으로 읽히고 있다. 1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시집 매대에서 만난 20대 김민아씨는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시들은 바깥에 나가 더위를 경험하지 않아도 방 안에서 ‘여름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민음사와 문학과지성사에서는 박은지 시인의 ‘여름 상설 공연’과 박준 시인의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가 여름이 오면 판매량이 뛰는 시집이라고 소개했다. 2018년에 나온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는 “여름의 세찬 빗소리”가 들리는 장마철의 낭만을 더해준다는 이유로 여름마다 찾는 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