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영상' 조작 없었다... 촬영 여성·수술 병원장 살인 혐의 입건

입력
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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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신원 확인... 병원 압수수색
의료기록상 태아는 '사산'으로 확인돼

임신 36주 차에 임신중절(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후기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20대 여성과 수술을 해준 병원장이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유튜버 1명과 병원장 1명 총 2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며 "유튜버에 대해선 두 차례 조사했고, 병원은 압수수색 후 압수물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영상이 조작됐을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로선 조작된 부분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튜버는 지방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으로, 영상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고 진술했다. 임신중절 수술은 수도권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여성은) 지인이 검색을 통해 병원 정보를 알려줬고, 이곳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태아는 현재 사망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병원 내부에는 수술 당시를 확인할 만한 폐쇄회로(CC)TV가 없어,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의료기록 등을 분석해 사실 관계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가 살인 혐의로 수사의뢰를 한 만큼, 해당 유튜버가 태아를 사산했는지 혹은 우선 출산 후 의료진이 사망케 했는지 여부가 수사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확보한 의료기록에 태아는 사산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수술을 받은 주수가 실제 임신 36주 차가 맞는지, 태아가 자궁 안에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선 의료감정도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의료 전문가 일부에게 참고인 진술을 받았는데 임신 36주면 사산했을 경우 산모도 위험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전문가 그룹한테 공식 의견을 받아야 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해당 유튜버는 6월 27일 유튜브에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며 브이로그(일상 영상)를 올렸다. 임신 초기에 이뤄지는 통상의 임신중절 수술과 달리, 사실상 만삭에 가까운 상태에서 낙태를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복지부는 지난달 15일 A씨와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살인 혐의로 수사의뢰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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