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둘러싼 상황에 곤혹스러운 처지다. 독립유공자를 대표하는 광복회가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광복절 기념식을 보이콧하고, 야당도 정부 행사 불참을 예고하는 초유의 사태에 난감한 표정이다.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싶지만 자칫 '극우' 논란에 휩싸여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지 못한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12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김형석 관장 임명이 국경일 행사에 참여하지 못할 만큼 문제가 되는 인사인지 의문"이라며 "민주당이 국회도 갈등 지향적으로 운영하면서 나라까지 반으로 쪼개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우리 민족의 독립을 이룬 날을 기념하고 국민 통합의 정신을 이어가야 할 귀한 날에 정쟁과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민주당은 공당으로서 역사적 의무를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가장 큰 우려는 광복절 기념식이 반쪽으로 치러지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인사 논란으로) 상당히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에 이어 김 관장까지 임명을 두고 잇따라 잡음이 불거지자 내부에서는 "인물이 그렇게 없느냐"는 불평도 흘러나왔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온 한동훈 대표도 똑 부러지게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1948년 건국절'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섣불리 동조했다가는 극우로 낙인찍힐 수 있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모습이다. 한 친한계 인사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정'을 거론하며 몰아붙이는 건 과하다고 본다"면서도 "검증 과정에서 지금까지 나온 것 외에 문제 되는 발언이 추가로 나온다면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4선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한 뒤 김 관장 임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평소 각종 현안에 자신 있게 대응하던 모습과는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