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민윤기, 너와 함께해.'
한 해외 누리꾼이 지난 10일 자신의 엑스(X)에 차량 스티어링 휠(핸들) 앞에 위스키 6병을 쌓아둔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썼다. 민윤기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의 본명이다. 슈가는 지난 6일 음주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몰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 누리꾼이 해당 게시물을 올린 의도는 슈가의 음주운전을 조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X에는 최근 들어 이 같은 게시글이 넘쳐 나고 있다. 다른 운전자도 핸들 앞에서 맥주병을 들고 '언제나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썼다. '인증샷'들에는 공통적으로 '#슈가 챌린지(#SugaChallenge)'라는 해시태그가 달려 있다. 온라인에서 '챌린지'란 어떤 유행하는 현상에 동참하는 운동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얼음물 바구니를 뒤집어쓰며 기부금을 모금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있다. 슈가의 경우 그의 범죄 행위를 비꼬는 형태로 발현된 셈이다.
'슈가 챌린지'에 참여한 사람들이 실제로 음주운전을 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한 누리꾼은 X에 실제로 술을 마시며 운전하는 정황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핸들을 조작 중인 운전자는 동승자로부터 보드카를 받은 뒤 그대로 들이켰다. 게시자는 '나는 재빨리 내 BMW에 타서 슈가 챌린지에 동참했다'고 썼다.
불법을 조장하는 행태에 대해 비판도 적잖다. 한 해외 누리꾼은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사람도 있는데, 그런 멍청한 운전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내 누리꾼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공분했다.
한편 슈가는 조만간 경찰에 출석해 음주운전 경위 등을 정식으로 조사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 슈가가 만취 상태였던 만큼 경찰은 음주 측정만 마친 뒤 슈가를 귀가시켰다. 사건 직후 슈가와 빅히트뮤직은 입장문에서 "음주 측정한 결과 범칙금과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식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안장이 있는 전동 스쿠터를 '전동 킥보드'라고 칭한 것도 비난을 받았다. 결국 소속사는 "향후 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해당 사안이 종결된 것으로 잘못 인지했다"면서 "경찰의 추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자세를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