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서부 규슈 앞바다 지진으로 일본 전역에 대지진 공포가 확산하면서 국내 여행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일본으로 가려던 국내 관광객들이 여행 취소를 고민하면서다. 여행업계는 "평소보다 취소 건수가 많지 않다"고 하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업계 내부에서는 "최대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에 티몬·위메프 사태, 지진, 엔고라는 삼중고(三重苦)에 맞닥뜨렸다"는 한숨이 나온다.
앞서 8일 오후 4시 43분경 일본 규슈 미야자키(宮崎)현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다. 피해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세 시간 뒤 일본 기상청이 '거대 지진 주의(난카이 해구 대지진 임시 정보)'를 발표하면서 우려가 커졌다. 난카이(南海·남해) 대지진은 도쿄 바로 밑 시즈오카현에서 남부 규슈의 미야자키현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의 난카이 해구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진 지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에 11일 회원수가 170만여 명인 국내 최대 일본 여행 커뮤니티 '네일동(네이버 일본 여행 동호회)'에는 여행을 취소했다는 글이 수십 개씩 올라오고 있다. "지진 때문에 도쿄행 비행기를 취소했다", "출발 한 시간 전인데 수수료 물고 항공권을 취소했다" 등의 내용이다. 지진 관련 기사와 현지 상황 등을 공유하며 취소 여부를 고민하는 여행객도 적지 않다.
실제 하나투어·모두투어를 비롯한 국내 여행사에도 일본 현지 투어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문의가 평소보다 서너 배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가령 일본 에히메(愛媛)현 마쓰야마시를 여행하는 '지방 소도시' 패키지 상품을 구매한 고객을 중심으로 "여행 갈 수 있느냐" 문의가 적지 않다고 한다. 에히메현은 난카이 대지진 영향권에 속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난카이 해구와 무관한 후쿠오카나 오사카로 패키지 여행을 가는 고객들도 여행을 계획대로 가도 될지 묻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문의가 실제 취소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취소 건수가 평소와 비교해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며 "인터넷 여행 커뮤니티에는 2030 자유여행족(族)이 많지만 여행사 패키지 상품의 주 고객은 중장년층"이라고 했다. 항공사 관계자도 "일본 항공권 취소가 늘어난 부분은 없다"고 했다.
설령 취소가 늘어나도 여행사의 '난카이 익스포저(위험 노출)'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여행사의 경우, 전체 일본 고객 중 에히메현 등 난카이 영향권 지역으로 가는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5% 수준이라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단체 여행 상품은 주로 북쪽 홋카이도나 후쿠오카, 오사카 등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여행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진 공포가 계속되면 일본 전역의 여행 상품이 줄줄이 취소될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한때 850원대까지 갔던 원·엔 환율이 최근 900원대 중반으로 치솟는 등 '슈퍼 엔저' 특수가 저물면서 일본 여행 수요 자체가 줄고 있는 상황. 여행업계 관계자는 "다음 주 일본 현지 지진 관련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티몬·위메프 사태로 여행사들이 입은 재정적 타격이 큰데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