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가 ‘뉴라이트’ 계열 인사라며 반대한 김형석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이 지난 8일 독립기념관장에 취임한 뒤, 독립운동단체 및 야권 시민사회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8ㆍ15경축식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독립유공단체 초청 오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독립유공자와 후손이 모인 광복회가 보이콧하는 8ㆍ15행사가 무슨 정당성을 가질지, 대통령실은 상황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특히 국가 비전을 발표하는 8ㆍ15기념사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한 해 공식 연설 중 가장 중요한 의전에 해당한다. 국민통합의 자리여야 할 의미가 퇴색하고 잡음이 일어난다면 국격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얘기다.
광복회가 대통령 초청 행사에 응하지 않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3ㆍ1독립유공자유족회 등 25개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은 김 관장 임명이 취소될 때까지 모든 정부 기념행사에 불참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그제 정부의 “1948년 건국절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문제 삼고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해 전전(戰前) 일본과 같이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뉴라이트를 “밀정” “연탄가스”에 비유했다. 감정적 반응이라 해도 김 관장이 적절한 인사인지 의문은 취임 첫날 언행에서부터 드러났다. 그는 ‘친일인명사전(2009년·민족문제연구소)’과 관련해 “억울하게 친일파로 매도된 분들이 있어선 안 된다”며 안익태, 백선엽 을 언급했다. 독립기념관을 친일파 명예회복 도구로 쓰겠다는 건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산하 역사 관련 기관에 왜 논란의 인사가 계속 기용되는지 의문이다. 이번 광복절에 맞춰 ’반일종족주의’의 공저자 한 명은 ‘테러리스트 김구’라는 책을 출간한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정부 인사 행태와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 있겠나. 대통령실은 “분노에 찬 회원들이 너무 많다. 우발적 사건이 벌어지면 또 경호관이 입을 막고 끌어낼 거 아니냐”고 한 이 회장의 말을 깊이 새겨야 한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도 일방통행하는 건 ‘오기’로 보일 수 있다. 국민성금으로 건립한 독립기념관의 수장이 부적절한 인사라면 윤 대통령은 임명을 철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