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군이 18년 동안 매년 여름 개최해 온 대표 행사인 ‘단양강 쏘가리 축제’가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다름 아닌 쏘가리가 없어서다. 조례까지 제정해 쏘가리 마케팅에 열을 올린 단양군은 축제 존속을 비롯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단양군은 2006년부터 매년 여름철 개최해 온 단양강 쏘가리 축제를 올해부터 잠정 중단한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8월 말쯤 단양읍과 단양강 일원에서 펼쳐졌던 쏘가리 낚시대회, 쏘가리 음식경연대회 등을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됐다.
축제를 중단한 것은 단양강 특산 어종인 쏘가리 개체 수가 크게 줄어서다. 불길한 징조는 이미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다가 3년 만인 2022년 재개된 축제 낚시대회 당시 쏘가리가 단 1마리만 잡혔고, 지난해에도 고작 3마리밖에 잡히지 않아 전국 행사로서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하이라이트 행사인 낚시대회가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자 지역 관광업계에선 '축제 회의론'이 일기 시작했다. 군의회 등도 근본 대책을 주문하고 나섰고, 결국 18년을 이어온 명물 축제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자취를 감춘 쏘가리는 단양군의 자랑거리다. 단양강 일원은 수질이 맑고 여울목과 돌무덤이 많아 다양한 민물어종이 서식하는데, 그중에서도 육질과 식감이 뛰어나 횟감으로 각광받는 쏘가리는 최고급 토속어종으로 손꼽혀서다. 그래서 군은 일찌감치 쏘가리를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0년대 초부터 전국 단위의 쏘가리 낚시대회를 연중 개최해 연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2010년부터는 단양읍 강변도로 약 500m 구간에 ‘쏘가리매운탕 특화거리’ 조성 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했다. 2012년 쏘가리를 아예 군어(郡魚)로 정한 데 이어 2015년엔 쏘가리를 군 상징물로 운영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한데 이제는 축제 중단으로 ‘쏘가리 고장 단양’ 명성에 금이 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처지가 됐다.
단양군은 쏘가리 어족 자원을 보호하고 증식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우선 쏘가리 치어 방류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올해 사업비를 작년보다 2.5배 증액했다. 첨단 생태 연구를 통해 치어를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강준치 블루길 배스 등 쏘가리 새끼를 마구 잡아먹는 포식성 어류 퇴치에도 적극 나설 참이다. 아울러 동력보트나 어망 등을 사용하는 불법 어로 행위를 단속하는 ‘쏘가리감시단’ 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단양군 관계자는 “개체 수 감소가 남획 때문인지, 기후·생태 변화 탓인지 뚜렷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쏘가리가 늘어나면 축제는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