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350억 부당대출... 최대 158억 손실

입력
2024.08.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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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전 회장 재임 시절부터 약 4년간
허위 서류, 절차 위반, 용도 외 유용까지
"내부통제 정상 작동 안 한다는 방증"

우리은행이 올해 초까지 무려 4년여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게 부당대출 등 의심스러운 대출을 총 616억 원이나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700억 원대, 올해 100억 원대 직원 횡령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우리은행은 이번엔 전임 회장이 직접 관련된 부당대출 건까지 드러나며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현장검사 결과,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 사이 손 전 회장의 처남댁과 처조카 등 친인척 관련 차주를 대상으로 총 616억 원(42건)의 대출이 실행됐다고 11일 밝혔다. 손 전 회장은 2019년 1월부터 약 1년간 우리은행장과 지주회장직을 겸임했고, 이후 2020년부터 2023년 초까지 회장으로 재직했다.

사안을 먼저 발견한 건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올 초 자체검사 과정에서 부당대출 취급 건을 다수 찾아냈고, 전 선릉금융센터장이던 임모씨 등 임직원 8명을 제재했다. 이후 우리은행이 추가로 2차 자체검사를 진행하던 시기에 제보받은 금감원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6월부터 현장검사를 실시했고, 손 전 회장이 깊이 연루돼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우리은행은 1, 2차 자체검사 결과 및 금감원 검사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를 기초로 이달 9일 관련인들을 사문서 위조 및 배임 등 혐의로 수사당국에 고소한 상태다.

금감원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은 직접 세운 업체나 관련 업체을 통해 대출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서류 진위 여부 확인이 누락되거나 부적정한 담보·보증이 인정되거나 심지어 본점 승인 없이 대출 승인이 나기도 했다. 예컨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한 법인에 20억 원 규모의 대출이 나가는가 하면,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가 제출 서류마다 달랐는데도 확인 없이 그대로 두 건의 대출이 실행됐다. 대출 목적이 '물품 구입'이라고 했지만 은행이 실제 입금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본래 목적과 다르게 유용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 전 회장이 지주 및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만 해도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은 4억5,000만 원(5건)에 그쳤는데, 회장이 된 뒤 대출 규모가 약 140배 폭증했다"며 "대출심사와 사후 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아 부적절하다는 판결을 받은 건만 해도 350억 원 규모"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은행이 돌려받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되는 금액은 최대 158억 원이다. 전체 616억 원의 대출 중 대출잔액은 9일 기준 303억 원(25건)으로, 이 중 단기 연체 및 부실대출은 198억 원 수준에 달한다. 담보로 현금화할 수 있는 금액 등을 감안하면 실제 손실 예상액은 약 82억~158억 원 규모다.

이번 일로 우리은행은 다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임종룡 체제'하에서 수차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올해 6월 105억 원 규모의 직원 횡령이 적발된 데 이어 전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주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제에서 지주 및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은행권 대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준비 중인 '여신프로세스 개선'에 이번 검사 결과로 확인된 문제점을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