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대 횡령 경남은행 전직 부장, 1심서 징역 35년

입력
2024.08.09 20:00
"금융기관 신뢰도에 악영향" 질책
공범 한투증권 전 직원, 징역 10년

3,0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한 BNK경남은행 전직 부장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장기간 천문학적 금액을 횡령해 죄질이 나쁘다고 질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오세용)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남은행 전 투자금융부장 이모(52)씨에게 9일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159억 원을 추징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14년에 이르는 장기간 횡령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면서 "경남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및 종사자들에 대한 신뢰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질책했다. 이씨를 도와 범행을 저지른 한국투자증권 전 직원 황모(53)씨에겐 징역 10년에 추징금 11억여 원이 선고됐다.

이씨는 2008년부터 2022년 7월까지 99회에 걸쳐 합계 3,08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처음 기소할 때 검찰은 횡령액을 1,300억 원대로 추산했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범행이 추가 파악돼 3,000억 원대로 늘었다. 그는 출금전표 등을 위조·행사하는 수법으로 횡령을 저질러,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만 28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여러 문서들을 위조·행사하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차명계좌들을 널리 사용했고 심지어 피고인의 부하 직원들까지 동원했다"면서 "그 수법이나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씨의 공범인 황씨는 2014년 20억 원 횡령을 시작으로 2022년 7월까지 36회에 걸쳐 2,287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황씨는 '이씨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꾸짖었다. 황씨 지시로 범행 내력이 담긴 이씨 컴퓨터를 포맷해 증거인멸을 한 혐의로 기소된 황씨의 내연녀 최모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씨의 범행을 도운 그의 가족들은 앞서 재판에 넘겨져 이미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씨의 부인 용모씨는 4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용씨는 자택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횡령한 돈을 수표로 바꿔 김치통에 숨겨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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