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티몬·위메프와 달라요" 거리 두는 이커머스들…고객 흡수 경쟁 뜨겁다

입력
2024.08.11 06:00
짧은 정산 주기·풍부한 자금 강조
티몬·위메프 고객·판매자 유치 경쟁
쓱닷컴 연회비 3만→1만 원 인하


쿠팡, 네이버쇼핑, 지마켓 등 주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티몬·위메프 사태에 대처하는 방식은 '거리 두기'와 '흡수'로 나뉜다. 이커머스는 정산금 미지급, 소비자 피해를 일으킨 티몬·위메프와 달리 문제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한편에선 티몬·위메프에서 이탈하는 고객과 판매자를 붙잡을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여러 혜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쿠팡이 7일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배포한 설명자료는 이커머스가 티몬·위메프 사태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쿠팡은 1분기(1~3월) 때와 다르게 2분기에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55억3,600만 달러(약 7조5,867억 원)라고 알렸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많이 갖고 있으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터져도 대처하기 쉽다.

쿠팡이 이 지표를 넣은 건 티몬·위메프와 다르다는 면을 부각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오픈마켓 사업 부문의 정산 주기가 경쟁사보다 비교적 긴 편인 쿠팡이 티몬·위메프처럼 판매자에게 정산금을 주지 못해 소비자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쿠팡은 월 정산의 경우 매달 마지막 날 기준 영업일 15일 후에 판매 대금을 판매자에게 준다. 티몬, 위메프 정산 주기는 40~70일이었다.

지마켓, 11번가 등 다른 이커머스는 정산 주기가 짧은 면을 강조하고 있다. 지마켓은 스마일배송을 이용하는 판매자에게 상품 출고일 다음 날 판매 금액의 90%를 보내주고 있다. 정산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해주는 셈이다. 일반 배송의 경우도 판매자는 구매 확정 이후 열흘 안에 판매 대금을 받는다.

일부 이커머스는 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우선 티몬·위메프에서 팔던 판매자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11번가는 정산 주기를 크게 앞당긴 '11번가 안심정산'을 7일 새로 도입했다. 이 제도는 소비자가 배송을 받은 다음 날 정산금의 70%를 먼저 판매자에게 준다.


티몬·위메프 이탈, 기회로 삼는 이커머스



판매자가 고객 결제일 기준 2, 3일 내에 물건값을 대부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기존 정산 주기보단 일주일 정도 앞당겨졌다. 나머지 30%는 고객이 구매 확정을 한 다음 날 지급된다. 11번가는 11일부터 10일 동안 진행하는 '8월 월간 십일절'에 참여하는 모든 판매자에게 안심정산을 적용할 계획이다.

롯데온은 7월 24일부터 8월 말까지, 홈플러스 온라인몰은 9월 30일까지 신규 입점 판매자에게 수수료 면제를 실시하고 있다. 수수료 면제는 중국 이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가 지난해 10월부터 운영해 국내 판매자를 모으는 데 도움을 준 제도이기도 하다.

이커머스는 티몬·위메프에서 지갑을 열던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혜택도 내놓고 있다. 실제 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지기 전후인 지난달 9일과 29일의 하루활성이용자(모바일인덱스 집계)를 비교해보면 티몬, 위메프는 각각 120만 명→38만 명, 80만 명→29만 명으로 떨어졌다. 티몬·위메프 이용자가 줄어든 만큼 다른 이커머스는 신규 고객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쓱닷컴은 연말까지 유료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쓱배송 클럽(신선식품 위주)'의 연회비를 3만 원에서 1만 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지마켓은 이달 말까지 멤버십 회원에서 60계치킨 배달 전용 5,000원 할인 쿠폰·영화예매권 50% 이상 할인 등을 제공한다. 네이버도 10월까지 네이버플러스 유료 멤버십 회원에게 적립금을 최대 20% 추가로 쌓아주는 '슈퍼 적립'을 운영한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이커머스 선두인 쿠팡, 네이버쇼핑이 티몬·위메프 고객과 판매자를 흡수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며 "하지만 지마켓, 쓱닷컴, 11번가 등 후발 주자들도 각종 혜택을 내세우고 있어 하반기 이커머스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