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가 스캔들' 배우 김하늘이 결혼과 출산 이후 달라진 마음가짐을 고백했다.
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김하늘은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화인가 스캔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완수와 그의 경호원 도윤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치명적 스캔들 드라마다.
극 초반 김하늘은 화인가의 며느리이자 나우재단 이사장 오완수를 맡아 주체적이고 당당한 활약을 펼치는가 하면, 시어머니와의 대립에도 지지 않고 응수하는 모습으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특히 김하늘은 대한민국 상위 1% 재벌가 며느리라는 화려함에 가려져 외롭고 고단했던 삶에 눈물까지 메말라 버린 자신의 곁을 지키며 마음의 위로를 주고, 난관을 헤쳐 나가는 조력자로 함께 하는 도윤(정지훈)에게 빠져들게 된 오완수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이날 김하늘은 결말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마무리가 깔끔하게 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좋다. 팬들이 시즌2 이야기도 하더라. 혼자 생각했을 때 완수와 도윤은 구 같은 연인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살 것 같다. 농담으로 둘이 아이가 생겼는데 납치되는 것이 시즌2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다"라고 유쾌하게 덧붙였다.
재벌가 중심으로 흘러가는 통속적인 전개, 또 보디가드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라는 점은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들과 결이 다소 다르다. 김하늘 역시 이 부분을 '옛 감성'이라고 인정하면서 "우리 대본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장점으로는 제 또래의 감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 친구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옛 감성'이다. 이 감성이 제겐 오히려 신선했다. 제가 20대 중반 땐 당시에는 액션을 하거나 트렌디한 드라마를 했기 때문에 '화인가 스캔들'이 새로웠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드라마 뿐만 아니라 노래 등 옛 감성을 즐겨 듣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하늘은 "요즘 아이돌 노래는 템포가 빨라서 이해를 못하겠다. 저는 여전히 옛날 노래를 듣는다. 드라마가 공개됐을 때 저처럼 오랜만에 이런 감성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사를 소화할 땐 그 역시 고민이 많았단다. 김하늘은 "저를 비롯해 감독님이나 지훈씨가 현장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조금 더 자연스럽거나 내뱉기 쉬운 대사로 바꾸면 어떨까 했는데 그 이상의 대사가 없었다. 결국 배우들의 몫이 됐다. 어떻게 하면 담백하게 할 수 있을까. NG가 많이 났다. 제 친구들은 너무 좋아하더라"라고 떠올렸다. 아름다운 야경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키스신 명장면에 대해선 "아침부터 액션을 계속 찍고 하룻밤이 지나고 키스신을 찍었다. 밤새 액션을 촬영하고 배에서 키스신을 찍을 땐 감정이 정말 자연스럽게 붙었다. 해가 뜨는 시간이 짧아서 빨리 찍어야 했다. 너무 초췌했다.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감정에 맞게 잘 나왔다"라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방영된 KBS2 '멱살 한번 잡힙시다'와 '화인가 스캔들'에서 김하늘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맡았다. 두 작품 모두 불륜하는 남편이 있다는 공통점이 눈길을 끌었는데 이에 김하늘은 "제 나이 또래가 주인공인 작품 중에선 남편의 불륜이 없는 게 없다. 그게 트렌드일까. 자세히 생각하면 인기 있는 드라마는 주인공이 불륜과 관련돼 있거나 남편이나 다른 관계에서 불륜이 꼭 껴있다. 자극적인 요소, 흥행적인 요소가 돼 버린 느낌이다"라고 짚었다.
함께 호흡한 정지훈에 대한 칭찬도 들을 수 있었다. 김하늘은 현장에서 정지훈이 대역 배우 없이 직접 온몸으로 액션을 소화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정지훈은 정말 '진짜 액션'을 한다. 저는 몸을 사려야 하는 나이가 됐다. 정말 좋은 작품이 있다면 욕심이 날 것 같지만 쉽지 않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어 "정지훈은 역할과 딱 맞았다. 드라마의 포인트는 남자가 여자를 보호하는 보디가드다. 저는 여성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보디가드는 남성스러워야 하기 때문에 딱이었다. 정지훈이 정장을 입고 나왔는데 도윤이었다"라고 감탄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또 김하늘은 정지훈이 자신 못지않게 열정이 넘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주역 모두 현장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내면서 열정을 불태웠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김하늘은 수년 전부터 미혼모·입양 단체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과거에는 (후원을 하는 것에 대한) 노출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다가 생각이 달라졌다. 입양원에서 봉사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는데 어느 날 우연히 한 아이가 입양되는 모습을 보게 됐다. 현장에서 모두가 울었다. 그때 홍보가 되어야지 이 친구들이 입양이 된다고 느꼈다. 쉽지 않지만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얼마나 축복 같은 일일까. 선행을 알리는 것이 부끄러웠는데 그때 이후 적극적으로 홍보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이는 결혼과 출산 후 달라진 마음이다. 김하늘은 배우 생활을 하면서 늘 바쁜 일상을 이어가던 중 결혼과 출산으로 가치관의 변화를 느꼈다. 실제 육아를 하면서 소중하고 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벅찬 소회를 전했다. 다만 배우 김하늘과 엄마 김하늘을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육아를 하는데 너무 행복하지만 제가 없어진 기분이 들었어요. 30년 가까이 배우로 살았잖아요. 육아를 한 지 7년 됐는데 문득 '나 김하늘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현장에서 진짜 저를 만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둘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