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줄 모르는 '체감 35도' 폭염... 최소 열흘 더 이어진다

입력
2024.08.09 15:30
열돔 현상과 더운 수증기 유입 지속
무더위·열대야, 최소 이달 19일까지
처서 전후 태풍 발달 여부가 변수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9일에도 이어졌다. 기상청은 최소한 이달 19일까지 이런 불볕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8월의 반환점인 광복절을 전후로 더위가 꺾이던 예년 여름 날씨와는 판이한 양상이다. 사상 최장 일수를 향해 가고 있는 열대야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전국에 폭염특보를 내렸다. 주요 지역 최고체감온도는 △경기 안성(고삼면) 37.3도 △전남 구례 36.7도 △전남 무안(해재면) 36.3도 △경남 양산 36.0도 등이다. 강원산지와 남부지방은 늦은 오후 소나기가 예보돼 일시적으로 기온이 낮아지겠지만 비가 그친 뒤엔 도로 기온이 오를 전망이다.

주말 이틀(9, 10일)도 낮 최고기온 30~35도의 무더위와 함께 곳곳에 소나기가 예보됐다. 9일은 남부지방은 오전부터, 수도권과 중부지방은 오후부터 소나기가 내려 많은 곳은 일 강수량이 40㎜를 기록하겠다. 경기북동부와 강원북부내륙은 10일 새벽까지 소나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매일 향후 열흘 치 날씨를 전망하는 기상청 중기예보는 무더위 지속 기간을 계속 늘려 잡고 있다. 이날 발표된 중기예보에서도 예보 기한인 19일까지 최고 체감온도가 35도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간 예상 기온도 아침 최저 22~26도, 낮 최고 29~34도로 평년(최저 21~24도, 최고 28~32도)보다 2도가량 높다.

기상청은 올 들어 이날까지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가 13.2일이라고 밝혔다. 열대야는 밤사이(오후 6시 1분~다음 날 오전 9시)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같은 기간 열대야일수와 비교하면 사상 최악의 혹서기였던 2018년(11.6일)보다 1.6일, 평년(1991~2020년, 4.4일)보다는 3배가량 많다. 서울은 7월 21일 이후 19일째, 제주는 7월 15일 이후 25일째 열대야가 지속됐다. 다만 강원 강릉은 20일 만에 최장 기록 행진을 멈췄다.

올해 폭염과 열대야가 장기화하는 이유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중첩하며 형성된 열돔이 아직 건재해서다. 열돔에 갇힌 뜨거운 공기는 밖으로 빠져나가기 어렵다. 열대야가 지속되는 건 바람 영향도 크다. 밤낮없는 강한 남서풍을 타고 서해상의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해가 떨어진 후에도 온도가 쉽게 내려가지 않고 있는 것. 최근 해수면 온도는 28도 내외로 평년보다 2~3도 높은 상태다. 이렇다 보니 폭염일수 자체는 2018년(23.7일)이 올해(12.6일)보다 2배에 이르지만 열대야일수는 올해가 더 많다.

올여름 더위의 향배는 앞으로 발생할 태풍에 달려있다. 절기상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8월 22일)를 전후해 태풍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고기압이 태풍에 밀려나며 열돔이 해소될 수 있다. 2018년에도 최고기온 38도에 육박했던 서울 날씨가 19호 태풍 솔릭이 소멸한 8월 24일 이후 26도까지 내려간 사례가 있다.

기상청은 폭염기 안전에 유의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식중독과 탈수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영유아, 노약자, 만성질환자는 수시로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산업현장에선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보랭장구를 착용해 체온을 낮춰야 한다. 농촌에선 고령층의 나홀로 작업을 제지하고 농작물이 햇볕 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축산농가는 가축이 더위에 집단 폐사하는 일이 없도록 송풍기와 분무장치를 적극 가동해 축사 온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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