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해진 부침가루 넣고 30초 흔들었더니…기후 위한 배달용기 세척법

입력
2024.08.28 04:30
19면
[우리가 몰랐던 기후행동]
1인당 배달 용기 소비량 1년에 568개
배달 용기도 깨끗이 씻으면 재활용 가능
부침가루 두 스푼에 뜨거운 물로 세척
투명 페트병은 라벨지 떼고 배출해야

편집자주

기후위기가 심각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상 속 친환경 행동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열받은 지구를 식힐 효과적인 솔루션을 찾는 당신을 위해 바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한 달 전 신혼생활을 시작한 이선우(34)씨는 저녁 식사가 끝나면 고민에 빠집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는 주로 배달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하는데요.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뒤 플라스틱 배달 용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하기 때문이죠. 선우씨는 "배달 용기도 충분히 재활용이 될 것 같은데 음식물이 묻은 용기는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고 들어서 헷갈린다"고 토로했습니다.

배달 용기, 깨끗이 씻으면 재활용 가능해요

결론적으로 배달 용기는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①용기에 묻은 음식물과 양념, 기름기를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②배달 용기에 덧씌워져 있는 비닐랩도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정에서 깨끗하게 씻어서 배출한 배달 용기는 같은 재질끼리 모아 재활용을 한다"며 "용기에 비닐이 많이 붙어 있으면 재활용 제품의 품질이 나빠질 수 있어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재활용 전문업체에서 용기에 붙은 비닐을 하나하나 떼어 내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쉽지 않다"면서 "비닐을 제거하지 않으면 재활용이 어려워 세척을 했는데도 폐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배달 용기를 재활용하면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해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민 1인당 배달 용기 연간 소비량은 568개, 국내 전체 소비량은 173억 개에 달했습니다.

얼마나 큰 숫자인지 쉽게 감이 오지 않을 겁니다. 배달 용기는 종류에 따라 크기가 제각각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가정에서 흔히 주문하는 너비 20㎝짜리 자장면 용기로 통일해 보겠습니다. 이런 용기 173억 개를 일렬로 세우면 346만㎞에 이릅니다. 지구 둘레(4만75㎞)를 약 86바퀴 감을 수 있는 길이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에 배달 용기를 포함한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73.6%였습니다. 배달 용기 재활용률만 따로 집계하지 않지만 전체 플라스틱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1인당 소비량에 비춰 보면 상당히 많은 배달 용기가 재활용되지 않고 땅에 묻히거나 소각되는 것이죠.

물론 지구를 위해서는 배달 용기 자체를 쓰지 않는 게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이 지금 당장 배달 용기를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남은 차선책은 배달 용기를 재활용하는 생활 속 기후행동을 실천하는 겁니다.

배달 용기의 주성분인 플라스틱 13톤을 재활용하면 약 6.8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생기고, 이산화탄소 6.8톤을 줄이면 자작나무숲 1헥타르(ha·1만㎡)를 조성하는 효과가 발생하거든요.

눅눅해진 부침가루 두 수저 넣으니 완벽히 세척

배달 용기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탄소감축 플랫폼 저탄소스쿨은 베이킹소다 한 스푼과 주방 세제를 조금 넣은 뒤 따뜻한 물을 부어 흔드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베이킹소다는 밀가루나 부침가루로 대체해도 좋습니다. 이것들이 배달 용기에 묻은 양념과 기름기를 떨어트리는 역할을 합니다.

세제를 아예 쓰지 않는 방법도 직접 실천해봤습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세제가 없는 편이 더 좋아 보였거든요. 주말 저녁 매콤한 마라탕을 시켜 먹으니 양념이 듬뿍 묻은 배달 용기가 남았습니다. 냉장고에는 마침 눅눅해진 부침가루가 있어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배달 용기를 물로 한 번 씻었습니다. 양념이 조금 벗겨지긴 했지만 기름기 때문에 여전히 지저분하군요. 용기에 작은 수저로 부침가루 두 스푼을 넣고 미지근한 물을 절반가량 채웠습니다. 30초를 기다린 뒤 뚜껑을 닫고 다시 30초 정도 신나게 흔들었습니다. 결과는 놀랍도록 깨끗해졌습니다. 종량제 봉투로 들어갈 뻔했던 양념 잔뜩 묻은 배달 용기가 세제 한 방울 없이 1분 만에 재활용 자원이 됐습니다. 설거지를 하기 전 그릇을 햇볕에 바짝 말린다면 효과는 더 좋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배달 용기 세척이 번거롭거나 부담스럽다면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어도 됩니다. 배달 용기를 재활용하기 위해 뽀득뽀득 소리가 날 정도로 깨끗한 세척이 필요한 것은 아니거든요. 환경부 관계자는 "배달 용기에 떡볶이 국물이 조금 묻어 있는 정도는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배달 용기 재활용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투명 플라스틱 페트병, 라벨지는 꼭 떼고 버려요

배달 용기만큼 일상생활에서 많이 나오는 게 투명 플라스틱 페트병입니다. 가정에서 마시는 생수 페트병이 대표적이죠. 그린피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생수 페트병 소비량은 연간 56억 개입니다. 병당 지름 10㎝를 가정해 늘어 세우면 지구를 14바퀴가량 돌 수 있습니다.

투명 플라스틱 페트병 재활용의 시작은 배달 용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안에 든 내용물을 물로 헹구고, 외부에 붙은 라벨지를 떼면 됩니다. 라벨지를 떼는 이유는 배달 용기에 붙은 비닐랩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여기에 부피를 줄이기 위해 투명 페트병을 꽉 눌러 구기는 것도 필요합니다.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할 때는 색깔이 들어간 플라스틱과 구분하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환경부는 2020년부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이유는 투명 페트병 사이에 색깔 있는 페트병이 끼어 있으면 투명 페트병으로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죠.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가 시작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공동주택 재활용 분리수거장을 가보면 아직도 라벨지가 붙어 있거나 색깔 있는 페트병들과 섞여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합니다. 환경을 위한 사소한 배려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 보입니다.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