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 다목적홀. 사회자가 '축구공 드리블' 게임 우승팀을 호명하자 관중석 한편에서 게임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서로 얼싸안았다. 한국, 중국, 베트남 등 부모 국적은 모두 다르지만 놀기 바쁜 아이들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같은 빨간색 래글런 티셔츠(몸통과 소매 색상이 다른 티셔츠)를 입은 삼성 직원들도 빨간 비닐 응원봉을 두들기며 환호성을 질렀다. 꼴등(4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팀 아이들도 “재미있다”며 까르르 함께 웃었다.
다음 코너인 ‘농구공 드리블’ 게임에서는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 선수 10여 명이 아이들과 함께 농구공을 튕겼다. 아이들은 190㎝가 넘는 장신 선수들이 신기하다는 듯 올려다봤다. 그러더니 이내 웃음 가득한 얼굴로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28m 거리의 농구 코트를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삼성 썬더스 주장 이동엽(30)은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서로 힘을 보태며 즐기는 모습을 보니 스포츠가 가진 힘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날 이곳에선 '삼성 다문화 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여름 캠프가 열렸다. 스포츠 클래스는 차별과 정체성 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청소년이 스포츠 활동을 통해 유대감을 만들도록 돕자는 뜻에서 마련된 사회공헌(CSR) 사업이다. 해마다 초등·중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스포츠 강사들이 축구, 농구 등을 가르친다. 올해 3월부터 1기 청소년 280여 명이 서울·경기·인천 등 각 지역 16개 스포츠 클래스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 중 160여 명이 여름방학을 맞아 이날 합동 운동회 격인 여름 캠프에 참여해 또래와 운동을 즐긴 것이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참여 청소년은 다문화 아이들이 70%, 비(非)다문화가 30% 정도"라고 했다.
현재 스포츠 클래스는 ①스포츠 종목을 배우는 '몸 튼튼 클래스' ②정서적 문제를 상담해주는 '마음 튼튼 클래스'로 꾸려진다. 연말까지 총 31회에 걸쳐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여기에 각종 특별 활동이 별도로 진행된다. 4월에는 K리그2(2부 리그) '수원삼성블루윙즈' 홈경기 당시 스포츠 클래스 청소년들은 경기장에 선수들과 함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에스코트 키즈' 체험을 했다. 5월에는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블루밍스' 선수들로부터 농구 지도를 받았다.
지금까지 스포츠 클래스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박태호(가명·10)군 어머니는 "스포츠 클래스를 시작한 이후 집에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성격도 활달하고 밝아진 것 같다"고 했다. 최정아(가명·9)양은 "친구들이 서운하게 해도 말을 잘 못하고 울기만 했는데 스포츠 클래스에서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린 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김종현 제일기획 대표는 "대한민국 미래인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며 자존감 높은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