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최근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급등락 현상을 보이는 데에는 인공지능(AI)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8일 보도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AI를 활용한 대량 주문에 주가가 요동쳤다는 분석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닛케이지수)는 고빈도 매매 영향으로 나흘간 주가가 출렁였다. 고빈도 매매는 컴퓨터를 통해 빠른 속도로 주문을 내고, 이를 수천 회 반복하는 알고리즘 매매 방식 중 하나다. 설정된 주가나 지표, 온라인상 뉴스 등 키워드에 따라 컴퓨터가 1초에 수천 번 매매 주문을 자동으로 반복한다.
여기에 AI를 활용하면 매매 주문을 판단할 정보량이 더 많아져 거래가 활성화된다. 미국·유럽의 헤지펀드가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요미우리는 "고빈도 매매가 시장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도쿄증권거래소 주문 건수의 60% 이상, 매매 대금의 약 40%가 고빈도 매매로 이뤄진다"고 전했다.
닛케이지수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증시 불안의 영향으로 지난 5일부터 등락을 반복했다. 5일에는 사상 최대 낙폭을 보이며 3만2,000엔(약 30만1,700원) 선이 무너졌다. 하루 낙폭이 4,451엔(약 4만2,000원)으로,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 때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이튿날인 6일에는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사상 최대 상승 폭인 3,217엔(약 3만800원) 오른 3만4,675엔(약 32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7일에는 1.2% 소폭 오르며 3만5,000엔(약 33만 원) 선을 회복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가 7일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발언하자 완화적 금융 환경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상승세는 하루 만에 다시 꺾였다. 미국 뉴욕증시가 하락한 데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탓으로 보인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종가 기준 3만4,831엔(약 32만8,0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258엔(약 2,400원) 내리며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2.2%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실제 주가가 요동친 이 기간, 거래는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5일 매매 대금은 올해 최고액인 7조9,000억 엔(약 74조4,700억 원)에 달했다. 6일에는 올해 세 번째로 많은 7조7,000억 엔(약 72조5,000억 원)이었고, 7일에는 네 번째인 7조3,000억 엔(약 68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아다치 다카노리 도쿄도립대 특임교수는 요미우리에 "고빈도 매매는 금융 당국 움직임 등 알기 쉬운 신호가 나올 경우 시세를 증폭시키기 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