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 개혁을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당초 한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자신이 임명한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을 유임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지난 총선 때 잡음을 비롯해 여연에 대한 개혁 요구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어서다. 당의 변화와 개혁을 내세운 한 대표의 의지와도 맞물린 상황이라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한 대표는 8일까지 사무총장·정책위의장·대변인단 등 주요 당직 인사를 마무리했지만 여연 원장 유임·교체 여부는 발표하지 않았다. 한 대표 주변에서는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해 홍 원장을 유임시키려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선일보 여론조사기자 출신의 홍 원장에 대해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어려운 총선을 함께 치른 홍 원장을 한 대표가 교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당내에서는 홍 원장 유임은 한 대표가 내세운 ‘변화와 쇄신’과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한 대표는 앞서 "당을 변화시키고 싶다"며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교체를 단행했다. 중진 의원은 "변화하겠다며 정 전 의장을 거친 방식으로 교체하고, 홍 원장을 유임하면 자기 사람 챙기는 모습만 남는 것"이라며 "의원 다수가 여연 개혁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체제에서 여연 개혁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95년 민주자유당 때 출범한 여연은 국내 최초 정당 정책연구원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유승민 전 의원, 주호영 국회 부의장 등 굵직한 정책통들이 거쳐가며, 최고 수준의 여론조사 정확도, 정책·기획 능력으로 보수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몰락 이후 야당이 되면서 그간 쌓았던 여연의 존재감이 퇴색되고 있다. 여기에 홍 원장의 불안정한 리더십도 논란이다. 여연 노동조합은 지난 4월 총선 직후 "홍 원장이 총선 이후 단 한 차례의 구체적 업무 지시 없이 본인의 생존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원장을 보는 당의 시선도 냉랭하다. 4월 총선 당시 여연 여론조사 결과가 후보자들에게 적절히 공유되지 않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홍 원장 교체 여론이 확산하면서 한 대표 측에서도 일단 대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전날 YTN라디오에서 “여연 개혁의 방향이 정해지고 거기에 더 적합한 분이 있다면 원장이 교체될 수도 있다”고 했다. 새 원장에는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유의동 전 의원과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