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도 안 써봤다는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위장전입은 "어쩔 수 없었다"

입력
2024.08.0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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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임 장관 후보자 8일 인사청문회
"R&D 비효율, 나 같아도 제거했겠다"
서울대 재료공 카르텔 의혹엔 "우연"
장남 병역기피 의혹 신경전에 정회도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써보고 싶었는데 아직 못 쓰고 있다"고 말했다. "챗GPT나 달리 같은 생성형 AI를 써본 적이 있느냐"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첨단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 자리에 지명된 후보자가 이미 보편화한 생성형 AI조차 써본 적이 없다는 데 대해 이 의원은 "말문이 막힌다"고 했다.

앞서 유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취임 후 정책 방향을 소개하면서 "지속가능한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AI 분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명 직후부터 제기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경험 부족 지적에 이날 답변까지 더해지면서 후보자의 정책 방향에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남 병역 자료 10분 전 제출... 시작부터 삐걱

청문회는 시작부터 삐걱댔다. 후보자 장남의 병역 기피 의혹과 관련한 자료가 청문회 시작 10분 전에야 제출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자료 확인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청문회 연기를 요구했다. 이어진 여야 합의에 따라 자료 확인을 오후로 미루면서 청문회는 예정보다 20분 늦게 가까스로 시작됐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보자에게 소명과 사과를 요구했는데,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후보자를 두둔하면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 후보자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 정부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고, 증액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R&D 비효율 제거는 저라도 했겠다"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선 동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R&D 예산 삭감의 이유로 들었던 '나눠먹기' 표현에 대해서도 "예산 편성 과정의 비효율적인 요소를 칭한 용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이후 R&D 예산과 관련해 대통령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했다.

최근 과학기술계에선 현 정부 들어 서울대 재료공학과 인사들이 잇따라 요직을 차지하는 데 대해 카르텔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 후보자를 비롯해 김창경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부위원장, 남기태 전 대통령직인수위원, 주영창 전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은 서울대 재료공학과 출신이거나 현직 교수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연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위장전입·병역기피, 자녀 둘러싼 석연찮은 해명

유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을 해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2남 1녀를 둔 유 후보자의 장남과 차남은 고교 진학을 앞두고 강남 8학군으로 주소지를 이전하는 등 세대 분리를 반복했다. 특히 차남은 2007년 어머니와 함께 유 후보자의 동생이 살던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2년간 전입신고를 한 채 실거주하지는 않았다.

이를 시인한 후보자는 송구스럽다면서도, 진학 목적이 아니라 환경을 바꾸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미국·일본·한국을 오가는 과정에서 장남이 따돌림을 당한 시절도 보냈고, 중학교 때는 불성실한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 질타를 많이 받아 전학을 시켰다"는 것이다. 또 "차남은 장난이 심해 어쩔 수 없이 전학시켰다"고 했다.

장남의 병역 기피 의혹과 관련해서는 야당과 유 후보자 간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유 후보자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장남이 질병 때문에 입국과 신체검사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질병이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질 경우 자진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제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여야가 오후 늦게 각각 검토에 들어가면서 청문회는 정회됐고,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회의는 오후 9시쯤 속개됐는데, 여야 의원들은 비공개 회의 등을 거친 뒤 △유 후보자의 장남이 병역 판정을 받을 당시 질병을 앓고 있었던 점 △현재도 장남이 질병을 앓고 있다는 점에 대해 받아들였다. 사실상 병역 기피 의혹은 해소된 셈이다. 다만 미국에서 장남의 상태, 해외 체류 기간 연장 허가를 받지 않아 불법 체류가 됐던 상황을 놓고 추가적인 언쟁이 오가다가 정회가 반복됐다.

오지혜 기자
전하연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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