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내 증시 양대 지수가 나란히 상승 마감하며 연이틀 빨간불을 켰다. 개인의 나 홀로 매수가 이어지면서다. 반대매매 위기로 내몰렸던 증권 계좌 수도 다시 큰 폭 축소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3%(46.26포인트) 오른 2,568.41로 장을 마쳤다. 상승률은 전장(3.3%)보다 줄었지만 이틀째 반등세를 유지했다. 지수 상승을 견인한 건 2일부터 연속 순매수를 기록 중인 개인 투자자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도 204억 원, 3,063억 원씩 팔아 치웠지만 개인 홀로 2,95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4거래일 동안 개인이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한 거래대금 규모는 4조500억 원에 달한다.
급등하던 엔화값이 안정세로 돌아선 점도 증시에 안도감을 줬다.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의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 발언이 나오면서 2차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엔화로 사들인 해외 자산을 되파는 현상)과 관련한 단기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평가다. 실제 5일 달러당 141엔대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147엔대까지 급등(엔화 가치 하락)했다.
시가총액 1, 2위 삼성전자(3.03%)와 SK하이닉스(3.42%)는 동반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8단)를 납품하기 위한 품질 검증을 통과했다는 외신 보도가 호재로 작용했다. 삼성은 “주요 고객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사실상 부인했지만, 기대감에 저가 매수세가 몰렸다. 삼성화재(6.75%), 메리츠금융지주(6.33%) 등 금융주도 크게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제약·바이오주가 강세를 보이며 전날 대비 2.14% 오른 748.54로 마감했다.
증시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반대매매 공포도 일단 한시름 놓게 됐다. 주요 증권사 7곳(NH투자·삼성·키움·신한투자·하나·대신·메리츠증권)의 6일 기준 담보부족계좌 수는 약 7,788개로 집계됐다.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로 증시가 폭락한 ‘검은 금요일(2일)’과 ‘검은 월요일(5일)’ 각각 2만512개, 4만4,039개로 대거 불었는데, 하루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복귀했다.
담보부족계좌는 계좌 잔액이 주식 매입을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자금의 140%(통상) 아래로 낮아진 계좌를 말한다. 2거래일 내 돈을 채워 넣지 못하면 증권사가 다음날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에 처할 수 있다. 2, 5일엔 주가 급락으로 계좌 잔액이 줄어들어 담보부족계좌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장에선 대규모 반대매매가 증시를 더 끌어내리고 이로 인해 또다시 반대매매가 촉발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큰 고비는 넘겼지만 당분간 증시 변동성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는 게 증권가 조언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영향이 잔존해 있고 내주 미국 소비자물가(CPI), 28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 등이 대기하고 있어 8월 내내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