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현대전의 양상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와 무인기(드론) 등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군사작전 수행 능력을 갖춘 쪽이 전략적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앞으로는 유·무인복합 전투체계가 현대 전장의 대세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한국일보와 한국국방기술학회의 공동 기획으로 7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80주년 기념관에서 ‘국방 분야 AI와 드론’을 주제로 열린 ‘국방기술 혁신 포럼’에 모인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이날 ‘드론의 군사적 활용을 위한 AI 적용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진우 육군본부 정책실 대령은 AI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가 제공하는 현대 전장에서의 가장 큰 전략적 우위로 △실시간 전장 가시화 구현 △화력 운용의 효과성 증가 △전투원의 피해 최소화 및 생존성 보장을 꼽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살펴보면 드론이 전차 및 병력의 대규모 이동을 5분 이내에 식별한 이후 3분 이내에 타격이 이뤄졌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선 이스라엘군이 '가스펠(Gospel)'이라 불리는 AI 기반 시스템을 활용해 AI가 추천한 사회기반시설 표적을 타격할지 말지만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대령은 “최근 두 전쟁 사례를 비춰 봤을 때 미래 전쟁은 AI 기반의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로 나아가는 중”이라며 “우리나라 군도 병력 자원 급감 부분을 AI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로 메운다는 게 기본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령은 AI와 드론의 결합으로 미래 전쟁에선 정찰과 타격은 물론, 특정 표적 타격과 회피까지 가능해질 거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사람이 드론이 전송하는 영상을 통해 다수의 목표물을 구별해 타격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지만, 이후에는 AI가 영상을 능동적으로 해석해 스스로 목표물을 취사 선택, 공격하는 게 가능해질 거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기술이 현실화할 경우 민간인들과 섞여서 구별해내기 어려운 적 요인도 드론을 활용해 정밀 타격이 가능한, 영화 같은 일이 가능해진다. 이 대령은 "AI가 표적의 취약점을 분석해 이를 공략하는 결정까지 내리게 된다"며 "군 자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이를 100%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방산업체인 에어로바이런먼트의 홍요섭 한국 담당 대표는 이날 포럼에서 AI와 드론을 활용한 전쟁 사례들을 소개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AI 드론을 '군 전략화'함에 따라 우리나라 군도 대응체계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현재 중국은 대륙 간 비행이 가능한 대형 공격용 드론 '윙룽3'을 선보이는 등 드론 전략 체계를 갖췄고, 더구나 북한은 정찰과 자폭 공격을 위한 소형 드론 50만 기를 중국에서 도입하려 하는 중이라는 설명이다. 홍 대표는 “중국 소형 드론이 북한에 도입돼 남한을 공격한다면 현재 우리가 막을 방법이 없다”며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가 핵을 투하하지 못하는 걸 봤기 때문에 한국군을 초토화할 전력으로 자폭 드론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우리나라 군이 드론 및 관련 부품을 중국산에 의존하는 점은 문제로 제기됐다. 앞서 지난해 진행된 방위사업청의 해안 정찰용 드론 사업의 대상 기종이 중국산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드론 시장을 상당 부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한국과 북한이 전시 상황일 경우 중국은 우리나라에 드론 및 관련 부품을 공급하지 않을 걸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는 드론 공급망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만의 경우 에어로바이런먼트의 소형 전술 드론인 '스위치 블레이드'를 700대 이상 확보했다”며 “한국군이 미국과의 합동 전투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기업의 드론 기술을 한국 기업에 이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홍 대표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