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의원과 언론인 등의 통신 이용자 정보를 무더기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당 내에서도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조심스레 제기된다.
검사 출신인 5선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7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이번에 검찰이 한 행위는 적법한 것"이라면서도 "수사 목적상 불가피한 경우는 현행을 유지하더라도, 전체적으로 검찰의 통신 이용자 정보 조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제약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사생활 보호에 대한 국민 의식이 과거보다 높아졌고, 전화 의존성도 높아진 만큼 지금보다는 더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통신 가입자 이름과 주소, 주민번호, 가입·해지일 등 개인 정보를 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다. 통신사는 따를 의무가 없지만 관행적으로 정보를 넘겨준다. 통화 내역 조회와 달리 법원 영장도 필요 없다. 전에는 조회를 당한 사람에게 조회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지만 2022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 따라 사후 통보가 의무화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전날 MBC라디오에서 "통신조회는 이용자 정보 공개이기 때문에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보다 요건을 완화해 심사할 순 있겠지만, 현재 법원을 거치지 않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가 필요하다"며 영장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당 내에서 이처럼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어서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국민의힘 의원 수십 명의 통신 이용자 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되자 국민의힘은 지금의 민주당처럼 "불법 사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통신 이용자 조회와 관련해 제도 개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통신내역 조회는 야당일 때 저도 당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 검찰이) 절차에 따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한번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