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김민경은 여성 코미디언 가운데 처음으로 2024 파리 올림픽 경기 중계 해설 위원으로 TV에 깜짝 등장했다. 사격 경기에서다.
②KBS 아나운서 시절 스포츠 중계를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전현무는 역도 경기 중계를 맡았다.
'남성 스포츠 전문가'들이 전담했던 올림픽 중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금·은·동 메달 색깔에 집착하기보다 올림픽을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중계진 구성에도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단체 결선 경기. "우리 금지현 선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김민경은 금 선수가 11번째 격발을 앞두고 총을 만지며 사격을 준비하자 이대명 KBS 해설위원과 이광용 캐스터에게 이렇게 물었다. '올림픽 결승전이라는 긴장된 상황에서 선수들은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할까'라는 취지로 시청자 눈높이에서 던진 질문이었다. 김민경의 돌발 질문에 이 해설위원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으며 "금 선수가 지금 속으로 화를 일부러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캐스터는 "금 선수는 기분이 나쁠 때 사격이 더 잘 된다더라"며 "평정심을 잃을 때는 남편과 싸웠던 일을 생각한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김민경이 툭 던진 질문을 계기로 금 선수의 경기 습관과 성격 등이 재미있는 에피소드에 실려 시청자에게 전달된 셈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너무 긴장될 텐데 (선수들은) 어떻게 마인드 콘트롤을 할까' 궁금했어요. 전문 해설위원과 캐스터가 있으니 (중계를 맡긴 KBS에서) 제게 바라는 게 '공감'이겠다 싶었거든요." 6일 한국일보와 서면으로 만난 김민경이 들려준 얘기다.
김민경의 파리 올림픽 사격 중계 투입은 그와 실용 사격의 인연으로 성사됐다. 김민경은 2022년 국제실용사격연맹 주최 태국 대회에 출전했다. 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에서 실용 사격을 처음 접하고 태극마크를 달고 선수로 국제무대를 밟더니, 이번엔 올림픽 경기 중계진으로 나서 또 한 번의 반전을 보여줬다."근수저(근육+금수저)" "태릉이 놓친 인재"라 불리는 그는 중계에 '과몰입' 했다. 오예진 선수가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총을 들었다 내리며 잠시 숨을 고르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김민경이 설명했다. "실용 사격과 올림픽 사격은 쓰는 총도 경기 방식도 다르지만 실용 사격을 해보니 선수 입장에서 말할 수 있었어요. 중계하면서 '다시 사격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 시청자분들이 제가 파리에 간 줄 아는데 저 서울에서 중계했습니다." 김민경의 말이다.
전현무는 11일 역도 여자 81kg이상급 경기 중계에 캐스터로 나선다. 그가 출연 중인 예능 프로그램은 11개. KBS 재직 시절에도 스포츠 중계와는 담을 쌓았던 그는 올림픽, 그것도 비주류 종목으로 여겨지는 역도 중계 진행을 어떻게 맡게 됐을까.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KBS 스포츠국의 중계 제안에 처음엔 난색을 표했던 전현무는 역도 중계를 역제안했다. KBS 관계자는 "역도 국가대표 박혜정 선수가 비인기 종목 선수의 서러움을 털어놓은 것이 전현무가 이 종목 중계를 택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전현무의 깜짝 투입에 방송사들의 '눈치 싸움'은 치열해졌다. SBS는 스포츠 중계 베테랑인 배성재 아나운서를 역도 캐스터로 내세워 맞불을 놨다. 불똥은 연예기획사 SM C&C로도 튀었다. 방송계 관계자는 "전현무와 배성재가 같은 소속사"라며 "'한 지붕 식구'끼리 올림픽 같은 종목으로 중계 경쟁을 펼쳐 난처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개막식 중계에서도 이례적 풍경이 연출됐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방송인 파비앙은 지난달 27일 SBS 올림픽 개막식 해설위원으로 나서 그랑팔레, 베르사유 궁전, 콩코르드 광장 등 파리 명소에 담긴 역사를 알기 쉽게 전달했다.
일각에선 이런 변화가 화제성만 좇느라 정작 경기 정보 전달에는 소홀해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기 종목 편향 중계 문제의 그늘도 여전하다.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처음으로 임애지 선수가 동메달을 땄지만, 그가 8강에 오르는 동안 TV 중계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온라인엔 "배드민턴 여자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의 첫 경기를 TV 생중계조차 하지 않은 지상파 3사의 '시청률 만능주의'를 규탄한다"는 배드민턴 팬들의 성명문까지 올라왔다. 올림픽은 '성평등'을 강조했지만, 국내 중계는 그 기치를 따라가지 못했다. SBS는 유튜브에 올린 '챗터뷰' 영상에서 '양궁 3관왕' 임시현 선수의 턱에 난 활 자국을 두고 "시술할 생각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내보내 "성차별적 인터뷰"란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