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 해저 케이블 또 절단... 핀란드, 러시아 '그림자 함대' 의심 유조선 억류
러시아와 가까운 발트해 해저에서 또 케이블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핀란드는 자국과 에스토니아, 독일을 잇는 해저 케이블을 절단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조선 한 척을 억류했다. 수사 당국은 이 유조선이 러시아 측에서 서방의 원유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이용하는 ‘그림자 함대’ 소속 선박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핀란드 경찰과 국경경비대는 이날 유조선 한 척을 억류하고 승무원을 조사했다고 발표했다. 억류된 선박은 남태평양 쿡제도 선적 유조선 이글S호였다. 이 선박은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항, 이집트 포트사이드로 향하는 중이었다. 이글S호는 운항 도중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송전 케이블을 끊고, 핀란드와 독일 사이 통신 케이블 4개도 절단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이글S호가 케이블 절단 사고 지점에서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고 보도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핀란드 세관은 해당 선박이 러시아가 원유 수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만든 그림자 함대에 소속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러시아는 가봉 등 다른 나라 선적의 구형 유조선을 이용, 중국 인도 등에 러시아산 원유를 판매하는 방법으로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회피해 왔다. 발트해 바닥에 설치된 케이블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계속 절단 사고를 겪고 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에서 출항한 중국 국적 벌크선 이펑3호가 발트해에서 닻을 내린 채 180㎞를 항해하면서 스웨덴과 리투아니아, 독일과 핀란드를 잇는 해저 케이블 2개를 절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수사 당국 조사 결과 케이블 절단이 러시아의 '사보타주'(파괴 공작)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러시아는 "터무니없고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버티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배후 가능성을 주목했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는 이번 사건이 러시아와 관련돼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면서도 "발트 국가들이 러시아의 간섭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