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코인) 거래소의 일처리가 지연되는 사이 '테라·루나 폭락사태'가 터져 거액을 잃게 된 투자자가 거래소 운영사를 상대로 건 소송에서 승소했다. 투자자의 거듭된 출금 요청에 응하지 않은 거래소 측에 채무불이행에 따른 책임이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박재민 판사는 A씨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25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청구액 약 1억5,600만 원 중 1억4,700여 만 원을 인용했다.
A씨는 2022년 3월 24일 업비트 거래소 내 자신의 전자지갑에 있던 '루나' 코인 1,310개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본인 명의 전자지갑에 보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A씨가 '2차 주소'를 잘못 기재하면서 바이낸스는 이튿날 A씨가 이체한 코인 중 일부 수수료를 떼고 반환했다.
문제는 바이낸스가 이 루나 코인을 A씨의 전자지갑이 아닌 업비트 자체 전자지갑으로 보내면서 발생했다. A씨는 업비트 측에 이 같은 오입금 사실을 알리고 코인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거래소 측 요구에 따라 암호화폐 이전 내역과 전자지갑 주소 등도 함께 전송했다.
업비트 측도 A씨의 요구에 응했다. 단, '트래블룰' 준수를 위한 내부 절차를 마련한 뒤 복구해주겠다고 했다. 트래블룰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가상화폐 사업자들이 거래자의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제도로, 마침 A씨가 루나 반환을 요청한 2022년 3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후 업비트는 차일피일 코인 반환을 미뤘다. A씨는 "어머니 병원비가 필요해 코인을 처분해야 한다"며 같은 해 5월 9일까지 10차례 넘게 입금을 요구했으나, 업비트는 트래블룰을 위한 규정을 만든 뒤 해결해주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러던 5월 10일, 테라 코인의 시세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면서 테라와 연동된 루나도 3월 25일 개당 11만9,300원에서 5월 18일 0.42원으로 급락했다. 입금 당시 1억4,700여 만 원에 달했던 A씨 보유분은 560원으로 집계돼 사실상 투자액 모두 손실을 보게 됐다. 업비트는 그달 11일 루나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20일 거래 지원을 종료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트래블룰 시행 전에도 이미 '2차 주소' 오류로 인한 오입금 사례가 드물지 않았던 만큼, 업비트로서는 사전에 회원의 출금청구권 행사를 위한 정책을 구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A씨가 제때 코인을 처리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회원이 잘못 기재한 주소에 대한 사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약관 규정이 있다'는 두나무 측 주장도 "거래소 전자지갑으로 반환된 경우에도 거래소가 항상 아무런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면 이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며 물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