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레슬링 레전드, 칼 루이스·펠프스도 못한 5연패… "매트에 꿈 남기고 내려왔다"

입력
2024.08.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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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넘긴 나이에 매트 복귀해 우승
매트 위 레슬링화 놓은 채 은퇴 암시

쿠바의 레슬링 '전설' 미하인 로페스가 하계올림픽 사상 최초의 개인 5연패 기록을 세웠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커리어 마지막 경기에서 올림픽 역사에 이름을 남긴 것이다. 경기를 마친 로페스는 무릎을 꿇고 매트에 입을 맞춘 뒤 레슬링화를 벗어 매트 위에 올려두면서 20년 올림픽 여정의 마침표를 알렸다.

로페스는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 결승에서 칠레의 야스마니 아코스타를 6-0으로 꺾었다. 이로써 로페스는 역대 하계올림픽 개인 단일종목 최다인 5연패를 달성했다. 기존 최다 기록은 육상 칼 루이스, 수영 마이클 펠프스 등이 보유한 4연패다. 레슬링에선 로페스와 함께 일본의 이초 가오리가 4연패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동계올림픽까지 통틀어도 5회 연속 금메달은 2021년 도쿄 대회에서 네덜란드의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이레인 뷔스트가 세운 기록이 유일할 정도로 희귀하다.

로페스가 처음 도전한 올림픽은 2004년 아테네 대회다. 당시엔 8강전에서 패배하면서 5위에 그쳤지만, 그게 마지막 올림픽 패배였다. 로페스는 2008년 베이징 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120㎏급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2012 런던 대회는 물론 120㎏급이 130㎏급으로 조정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도쿄 대회에서도 정상을 지켰다. 도쿄 대회 이후 은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던 그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복귀했다.

42세에 이르는 나이도, 3년간 국제 대회 출전 경험이 없었던 공백기도 그의 위상을 떨어뜨리진 못했다. 16강에서 한국의 이승찬을 7-0으로 완파했고, 8강에선 자신보다 열여섯 살 젊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 아민 미르자자데(이란)를 3-1로 꺾었다. 준결승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사바흐 샤리아티마저 4-1로 제압했다. 결승에서 만난 아코스타는 쿠바 태생인 로페스의 전 동료로, 2015년 칠레 국적을 획득해 올림픽에 도전했다. 아코스타는 결승전 이후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상대가 로페스였기에 금메달을 따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면서 친구이자 라이벌인 로페스에게 축하를 건넸다.

복귀 후에도 여전한 기량을 뽐낸 로페스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결승전 후 인터뷰에서 그는 매트 위에 놓은 신발을 염두에 둔 듯 "조금 슬펐다"며 "마치 인생의 일부를 그곳에 두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난 매트 위에 꿈을 남기고 내려왔으며, 그 꿈은 모든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