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영상 속 이른바 '집게손'을 그린 이로 허위 지목된 애니메이터가 온라인상 모욕글 작성자들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가, 논란이 커지자 사건 처리가 부적절했음을 인정하고 다시 수사하기로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7일 입장문을 통해 "일명 '집게손' 관련 사건을 검토한 결과,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필요함에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각하 결정한 것은 미흡한 결정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해당 사건은 검찰에 송부해 검찰이 검토 중인 상태로, 경찰이 재수사를 할 수 있도록 검찰에 요청할 것"이라며 "협의가 완료되는 즉시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초서는 지난달 24일 애니메이터 A씨가 자신에 대한 온라인 게시글(41건)을 작성한 누리꾼들(성명불상)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송치(각하)했다.
각하는 '혐의 없음' '죄가 안 됨' '공소권 없음'의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하거나, 고소인 또는 고발인으로부터 고소·고발 사실에 대한 진술을 청취할 수 없는 경우 등에 하는 결정이다. 경찰은 수사 결과 통지서를 통해 "피의자들의 글은 고소인 등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보다는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고소인은 이전에 페미니스트를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게시한 사실이 있어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대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며 "범죄 구성요건 해당성 없음이 명백하거나 수사의 실익 없음이 명백하다"고 각하 사유를 들었다.
경찰의 결정이 알려지자 "수사도 제대로 안 하고 모두 각하한 건 이례적"이라며 각계의 비판이 이어졌고, 시민들도 경찰청에 수천 건의 민원을 접수했다. A씨 법률대리인 범유경 변호사는 이날 경찰의 재수사 결정 발표에 "일단 재수사 의지를 보여준 건 환영한다"면서도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조심스럽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