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일본에서 일어난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행사 도중 참석자들을 향해 "조선으로 돌아가라"고 했던 일본 극우단체 관계자 언급에 대해 도쿄도가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문제의 발언이 나온 지 1년 만에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너무 뒤늦은 인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도는 지난 2일 해당 발언이 도의 인권존중조례에서 금지하고 있는 헤이트 스피치에 해당한다고 공표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회는 "부당한 차별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앞서 극우 단체인 일본여성회 소요카제(산들바람) 집회 참가자는 지난해 9월 1일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참석자들을 향해 "조선으로 돌아가라" "너희들은 쓰레기" 등의 발언을 퍼부었다. 소요카제는 당시 추도식 행사장 인근에서 '조선인 희생자 추도'에 반대하는 혐오 집회를 개최했다.
추도식 참석자는 "현장에는 재일 한국인·조선인도 있었다"며 이들을 겨냥한 차별적 발언으로 보고 소요카제 집회 참가자를 도쿄도에 신고했다. 도쿄도는 온라인에 올라온 관련 동영상을 삭제하라고 도쿄법무국에 요청했다. 다만 차별적 발언을 한 인물이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재일 한국인·조선인을 향한 소요카제의 혐오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때도 "뻔뻔한 재일 조선인에게 가까운 사람들이 살해됐다"는 허위 발언을 내놓았다. 이 역시 헤이트 스피치로 인정됐다. 소요카제를 비롯한 일본 극우 단체는 매년 추도식 장소 주변에서 혐오 집회를 맞불 개최하며 행사를 방해해 왔다. 2017년에는 일부 극우 단체가 행사장 진입을 시도, 경찰과 몸싸움을 하는 바람에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와 요코하마 등 간토 지역을 강타한 규모 7.9의 강진으로, 10만~14만 명이 숨진 자연재해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잔혹한 비극이 이어졌다.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다닌다' 등 유언비어가 퍼졌고, 일본 내 조선인 6,000명 이상이 일본인 자경단원, 경관, 군인 등에 의해 학살됐다.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는 "조선인 학살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