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민·노동자' 러닝메이트로 '블루월' 지킨다… 해리스, 월즈 발탁한 배경

입력
2024.08.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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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서부 경합주 노동자·백인·남성 표심 공략
시골 출신·교사·서민 이미지… 밴스와 대척점
"트럼프 맞서 러스트벨트 경쟁 유리" 계산

"(특정 경합주만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쪽을 택했다."(미국 워싱턴포스트·WP)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택한 첫 번째 배경을 WP는 이렇게 분석했다. 선거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서부 경합주(州)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에도 월즈의 친(親)서민·친노동자 이미지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얘기다.

"월즈, 트럼프에 내준 지지자 되찾아올 사람"

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민주당 부통령 후보 선발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해리스는 월즈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빼앗긴 민주당 지지 유권자를 되찾는 데 적합한 사람이라고 여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4일 월즈와의 최종면접 후 해리스가 편안함을 느꼈고, 훌륭한 국정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도 한다.

미 중서부 네브래스카주 시골 출신 월즈는 '보통 사람' 인상이 짙다. 주립대를 나와 고교 교사로 일하면서 미식축구팀 코치를 겸했던 게 정치 입문 전의 모습이다. 똑같이 교사인 배우자를 만나 평범한 가정을 꾸렸다. 17세 때부터 24년간 비상근 주방위군으로 복무했고, 그 덕에 제대군인 원호법 혜택으로 대학 학비를 댔다. WP는 "1964년 이후 로스쿨을 다니지 않은 첫 민주당 부통령 후보"라고 전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의 대항마로도 적격이다. 같은 중서부 지역 출신이지만 △예일대 로스쿨 졸업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 △베스트셀러('힐빌리의 노래') 저자 등 화력한 이력의 밴스와는 명확하게 대비된다. '친근한 이웃'의 느낌이다.

"민주당 전략, 정체성 정치에 기반"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월즈의 배경을 두고 "민주당 전략은 어떤 계산보다도 인종·성별·문화에 기반한 정체성 정치에 더 기인해 있다"고 짚었다. 해리스가 백인, 남성, 농촌·노동자 계층 등 서민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데 월즈의 '조력자' 역할이 클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처럼 최대 격전지(펜실베이니아) 공략에 유리한 카드는 아니다. 대신 미시간·위스콘신 등 다른 러스트벨트(쇠락한 오대호 주변 공업지대)를 비롯, 더 많은 경합주 사수를 위한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전통적인 블루월(민주당 우세 지역) 경합 지역 수성을 이끌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해리스의 선택에 '리스크'(위험)가 없는 건 아니다. 월즈 주지사가 미네소타주에서 도입했던 정책들은 보편적 무상 급식, 무상 대학 등록금, 동성애 보호, 중산층 감세, 임신중지(낙태) 권리 보호, 유급 휴가 확대 등 '진보 일색'이다. 민주당 지지층 결집에는 좋은 카드지만, 해리스의 약점 보완에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