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한국인이라 창피"... 지역체육회 임원들, 양궁장서 관람 추태 논란

입력
2024.08.07 12:00
양궁 남자 개인전 직관 후기 논란
"9점, 10점 미리 점수 외쳐"
"튀르키예 선수 '워이' 자극"
"상대국 관중이 조용히 시키기도"
"공적 업무로 참석한 사람들 맞냐"

대한체육회 산하 지방자치단체 체육회 임원들이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를 관람하며 큰 소리를 내거나 상대편을 야유하는 등 다른 관중과 선수들에게 불편을 끼쳤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이 내용은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며 비판이 일고 있다.

"지역체육회 임원들, 양궁 8강 전부터 민폐"

지난 4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광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한 A씨는 5, 6일 이틀에 걸쳐 자신의 SNS에 '싱글벙글 대한민국 올림픽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양궁 남자 개인전 경기 직관 후기였다.

A씨는 "경기장에 들어가니 팀코리아 단복 같은 유니폼을 한껏 차려입고 온 어르신들이 카테고리A 좌석 제일 앞 열부터 서너 줄을 꽉 채워서 앉아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무래도 금메달이 유력한 게임이니 한국인들도 참 많이 왔구나, 이때만 해도 어르신들도 열정이 있고, 멋있는 어르신들이겠구나 생각했다"고 적었다. 카테고리A 관중석은 선수와 이야기가 가능할 정도로 선수와 가까운 자리다.

A씨에 따르면 8강전이 시작했을 때부터 이들 고령 관중은 무례한 관람 태도를 보였다. 선수가 활시위를 당길 때는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하는 것이 예의지만, 이들은 활을 쏘기 직전 "나인, 텐"이라며 희망 점수를 큰 소리로 말했다고 한다.

"터키 선수 방해하기도… 같은 한국인이라 창피"

그는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가 점수를 알려주기도 전에 자기들이 점수를 말하기 시작한다"며 "이우석 선수가 10점을 쏘고, 이탈리아 선수가 10점을 쏴야 동점이 되는 진지한 상황에 또 입을 열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이어 "이탈리아 관중들이 '쉬' 하며 조용하기를 권유했지만 한국 할아버지들은 전혀 입을 닫을 생각을 안 한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문자 알림과 전화 벨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렸다고 한다.

이들은 김우진 선수와 8강전을 치른 튀르키예의 메테 가조즈 선수가 활시위를 당길 때 "워이~" "워" 식으로 상대를 자극하기도 했다. A씨는 "선수들은 이런 부분에 단련이 돼 있겠지만, 관중석에서 그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창피했다"라며 "참다못한 몇몇 관중이 자제하라고 몇 차례 이야기했으나 진상 할아버지와 함께 온 일행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튀르키예 관중 중에 여자분이 한국 할아버지들에게 'Shut up'이라고 꾸짖자, 할아버지들이 일순간에 조용해졌다"며 "이탈리아, 튀르키예 관중들이 모두 떠난 후 한국 선수끼리 4강전을 펼치자 (선수와) 자기와의 개인적 인연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어 하는 '맨스플레인'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공적 업무로 왔으면서 나라 망신"

A씨는 "대한체육회 소속의 전국 지방자치단체 산하 체육회의 회장·부회장·사무처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세금으로 숙식과 경기 티켓을 제공받고 온 자들이 저지른 일"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인 업무로 참석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문제제기 했다.

또 "단체로 경기를 참관할 때는 휴대폰은 매너모드로 하라는 교육이라도 해야 되는 게 아니냐"라며 "진짜 나라 망신을 다 시키는데 무엇을 위한 경기 참관인지 궁금하다. 이름표 차고 왔으면 최소한 기본예절은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일침을 가했다.

그가 공개한 사진 속 이들은 지역체육회 소속의 명찰을 달고 있다. 명찰 목줄에는 대한체육회라고 적혀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에서 지역체육회 임원단과 관계 단체를 대상으로 파리 올림픽 참관단을 운영 중인 건 맞다"면서도 "자세한 사항은 당장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