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권순일 변호사법 위반 기소… '이재명 재판거래' 수사는 계속

입력
2024.08.0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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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등록 없이 '화천대유 소송' 법률 자문
머투 홍 회장 '무이자 50억 차용' 혐의 재판행
'김만배와 돈거래' 의혹 전직 언론인들 기소

'50억 클럽 의혹' 등 대장동 잔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권순일 전 대법관을 재판에 넘겼다.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에서 변호사 등록 없이 변호사의 업무를 한 혐의만 우선 적용했고,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대장동 민간 사업자 김만배씨와 비정상적인 돈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선근 머니투데이그룹 회장, 전직 언론사 간부 2명도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이승학)는 7일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홍 회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퇴직 후 같은 해 1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변호사 업무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그의 업무에는 화천대유가 연루된 소송의 △재판 상황 분석 △법률문서 작성 △대응법리 제공 등 변호사만 할 수 있는 '법률 자문'이 포함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그가 관여한 재판은 '주위토지통행권' 관련 민사소송 상고심과 '송전탑 지중화' 관련 행정소송 1심 등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가 아닌 별도 사무실을 이용, 준비서면 등을 작성하며 '자문'을 뛰어넘는 '변호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권 전 대법관의 고문 위촉 배경을 두고 불거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재판거래 의혹'은 이번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재직 중인 2020년 7월 대법원이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권 전 대법관이 전향적인 의견을 내면서 당시 전원합의체는 7대 5로 이 전 대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했다. 이 판결로 이 전 대표는 정치생명이 연장돼 대통령 선거까지 출마할 수 있었다.

이후 김만배씨가 선고 전후로 권 전 대법관 사무실을 여러 번 드나들었고, 권 전 대법관 퇴임 후에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위촉해 1억5,0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김씨가 아파트 분양수익을 정치·법조·언론계 등 거물급 인사 6명에게 50억 원씩 챙겨주려고 계획했다는 정황이 담긴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①50억 원이 재판거래의 대가이고 ②금전거래의 명목을 만들기 위해 화천대유 고문에 앉혔다는 의심도 사게 됐다.

검찰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수사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권 전 대법관을 비롯해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3명이 남은 수사 대상이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이미 관련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다. 곽 전 의원은 아들의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세후 25억 원)을 받은 혐의, 박 전 특검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200억 원을 약속받고 이 중 19억 원을 실제 수수한 혐의다.

50억 클럽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홍선근 회장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만 적용돼 불구속 기소됐다.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검찰은 2019년 10월부터 석 달간 김씨에게 빌린 50억 원에 대해 부정 청탁 없는 '단순 차입금'이라고 판단, 면제받은 이자 1,454만 원에 대해서만 청탁금지법을 적용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씨의 머니투데이 부국장 승진 시점과 금전거래 시점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대장동 관련) 부정적 보도를 막아달라는 청탁 등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검찰청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도 이날 김씨와 부적절한 돈거래를 한 혐의(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로 전직 언론사 간부 2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한겨레신문 부국장 출신 A씨와 중앙일보 간부 출신 B씨가 2019~2021년 김씨로부터 '대장동 사업과 관련 비판적 기사가 보도되는 것을 막고 유리한 기사가 보도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8억9,000만 원, B씨는 2억400만 원(공소시효가 남은 1억300만 원 부분만 기소)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별건으로 구속수감 중인 김씨도 이날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강지수 기자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