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수감된 여성 수용자들이 변호사를 접견할 때마다 신체 주요 부위를 드러내는 수준의 신체수색을 받도록 강요한 건 기본권을 침해하는 거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험 물품의 반입 가능성 등을 따져 수감자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신체수색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 노진영)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지난달 24일 "A씨에게 2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선 1심에선 원고가 패소했다.
A씨는 2019년 서울 중구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혐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구치소에서 5개월간 수감 생활 끝에 보석 청구가 인용돼 출소한 뒤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이듬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A씨가 문제 삼은 건 수감 중 구치소 측의 과도한 신체수색이었다. 그는 "변호인 접견과 재판 출정 때마다 교도관 앞에서 속옷을 내리는 방식의 검사를 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마약이나 흉기를 반입할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포함한 모든 여성 수용자가 과도한 신체수색을 받아야 했다는 주장이었다.
구치소 측은 A씨가 주장한 수색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신입 수용자에겐 한 차례 알몸 검사를 하지만, 평상시엔 마약 사범 등 엄중관리 대상자가 아닌 한 정밀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구치소 측 입장이다. 설령 검사 과정에서 신체가 일부 노출됐다 하더라도, 기본권을 침해할 정도는 아니라고도 했다.
1심은 구치소 손을 들어줬다. A씨가 문제를 제기한 이후 구치소 측이 세부 검신기준을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기존 지침 해석에 혼란이 있는 점 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지 그전까지 이뤄져온 정밀검사를 금지하는 차원에서 만든 것은 아니다"라는 구치소 측 증언을 신뢰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적어도 개선지침 시행 전엔 여성 수용자에 대한 일괄적 정밀검사가 있었던 것으로 봤다. A씨 주장이 일관되고, 구치소 자체 보고서에도 유사 내용이 기재돼 있으며, 구치소장이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나아가 정밀 신체수색이 '침해의 최소성'을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른 수용시설은 물론 서울구치소에서조차 남성 수용자에 대해선 속옷을 내리는 내부검사는 하지 않는다"며 "물리적 접촉이 없는 화상 접견 시에까지 정밀수색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