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채가 2028년이면 230조 원을 넘어선다는 내부 추계가 나왔다. 이사회가 주택 공급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우려할 정도로 부채 증가세가 가파르다. 정부가 공언한 ‘뉴:홈’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주택 사업이 제때 이뤄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6일 LH에 따르면 LH 이사회는 최근 ‘중장기(2024~2028) 재무관리계획(안)’을 의결했다.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2028년 기준 부채는 236조1,000억 원, 자본은 99조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부채는 83조3,000억 원, 자본은 29조4,000억 원 늘어난다. 부채비율은 218%에서 238%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2023~2027) 재무관리계획에 담긴 전망치보다 크게 악화한 수준이다. 당시 LH는 부채가 2023년 154조5,000억 원에서 2027년 186조6,000억 원으로 증가하지만 부채비율은 220%에서 208%로 점진적으로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고 해마다 5개년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해 부채비율을 낮추도록 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추계가 뒤집어졌다.
이사회는 “수익성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정책사업 물량 달성에만 매몰될 경우, 장기적으로 부채비율의 증가뿐 아니라 주택 품질 저하, 대규모 공실 발생이 우려된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LH가 씀씀이를 줄이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사업은 공급량을 늘릴수록 적자를 본다. 무엇보다 정부가 집값 상승세를 억누르려고 ‘수도권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한다’고 나선 상황이 부담이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주택 23만6,000호를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곳곳에 공급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당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는 주택 공급 라이트를 확실히 켜고 있다”고 강조했다.
LH도 대규모 사업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이사회에 함께 보고된 ‘중장기(2024~2033) 사업계획’에 따르면 LH는 주요 사업에 2023년부터 10년간 406조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회수 예상액은 313조5,000억 원에 그쳤다. 공사비가 올라도 분양가상한제에 묶여 분양가를 올릴 수 없다. 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이 보고서를 통해 ‘뉴:홈(공공분양주택사업)’을 지속하려면 분양가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그러나 공공사업자가 분양가 인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도 어렵다.
막대한 부채는 LH의 세세한 의사 결정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LH가 본청약이 지연된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보상책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는데 이사회에서 소수지만 반대 의견이 나온 사례도 있다. 이유는 “입주예약자 간 형평성 문제 및 재무적 부담 우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