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안녕하세요.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놀로(knollo)에서 반려동물 교육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KPA KOREA에서 과학적이고 인도적인 반려생활 방법을 알리는 김민희 트레이너입니다. 오늘 고민은 반려견도 꿈을 꿀까?라는 아주 귀여운 질문인데요. 간단한 질문이지만 그 속까지 깊이 파고들어간다면 꽤나 복잡한 주제일 수 있는 '반려견의 꿈'에 대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동물도 꿈을 꾸는지는 모릅니다. 동물도 꿈을 꾸냐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과학철학자 데이비드 M. 페냐구즈만 (David M. Peña-Guzmán)의 저서 '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When animals dream)이라는 책을 통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설명되었듯, 꿈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또 어떤 근거로 꿈을 꾼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증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증거들조차 학자들마다의 해석이 다르며, 인간이 동물이 되지 않고서야 동물의 꿈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반려인들이라면 반려견의 잠꼬대와 같은 행동을 꿈을 꾸는 행동으로 이해하고 싶겠지만, 동물 수면 연구에서 '꿈을 꾼다'라는 개념은 오랜 시간 동안 인간만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소비할 음식, 착취할 노동력, 이용할 자원, 키우고 해부할 생물종으로서의 동물 VS 나름의 정신을 가진 인지적, 감정적 존재로서의 동물'의 인식 간 충돌 때문에 '멘토 포비아(Mentophobia · 동물을 정신을 가진 생물로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라는 현상 또한 존재합니다.
하지만, 오늘 답변에서는 이런 분분한 과학계의 입장을 떠나, 동물 애호가이자 반려인인 저의 개인적인 생각과 연구된 증거를 몇 가지 담아, '동물도 꿈을 꾼다'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① 미국의 공영 방송 PBS의 다큐멘터리 '네이처'(Nature)를 통해 문어를 관찰한 알래스카 퍼시픽 대학교의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실(David Scheel)은 '문어도 꿈을 꾼다'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문어는 잠을 자는 동안 세 가지 서로 다른 색채 패턴을 보여주었는데요. 각각의 패턴은 각각 잠을 자지 않을 때 먹이를 발견하고, 사냥하고, 먹이를 먹을 때 보이는 색채 패턴과 동일합니다. 먹이를 먹는 꿈을 꾸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죠.
② 스코틀랜드의 내과 의사 윌리엄 로더 린지(William Lauder Lindsay)는 1879년 발행한 그의 저서'건강한 동물과 질병에 걸린 동물의 정신'(Mind in the lower animals in health and disease)에서 "꿈이 호모 사피엔스만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개의 경우(특히 해리어와 같은 사냥개) 꿈을 꾸는 동안 꼬리와 발의 움직임, 냄새 맡는 행위, 으르렁거림, 짖기, 열의와 헐떡거림, 가상의 적을 걱정하거나, 가상의 벌레를 물려고 애쓰거나, 다툼, 사냥, 추적, 싸움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③ 이 외에도 꿈속에서 노래를 학습하는 금화조, 미로를 찾는 쥐, 인간과 비슷한 수면 구조를 가진 제브라피쉬, 자는 동안 수화를 사용하는 침팬지, 신경해부학적 증거가 있는 고양이 등 수많은 동물의 꿈에 관한 증거가 있으며, 포유류(생쥐, 쥐, 토끼, 개, 고양이, 침팬지, 주머니쥐, 오리너구리, 가시두더지, 다람쥐원숭이, 흰고래 등), 조류(타조, 펭귄, 부엉이, 비둘기, 독수리, 닭 등), 파충류(물도마뱀, 카멜레온, 이구아나, 도마뱀 등. 악어와 거북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음), 갑오징어와 문어 같은 두족류 등에 있어서 몽환 행위(꿈을 꾸는 듯한 모습이 관찰되는 행위)가 발견되었습니다.
슬프지만 동물의 모든 꿈이 행복하기만 하진 않습니다. 몇몇의 비윤리적으로 행해졌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깨어있을 때 고문을 당한 쥐, 부모가 잔인하게 도살되는 것을 본 구조된 어린 코끼리, 밀렵꾼에게 죽어가는 가족을 봤던 고릴라 등의 동물에게 있어서 수면 중 감정적 고통, 수면 장애, 놀람 반응, 만성적인 악몽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의 정신과 의사 로런스 커메이어(laurence j. kirmayer)는 '트라우마가 악몽을 일으키고, 악몽은 트라우마에 관한 생각을 더 증가시킨다'라고 말했는데요.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자면 실제로 경험한 불안에 대해 반려견도 악몽을 꿀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을 더 증가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반려견이 악몽에 시달릴 때 깨워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때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놀라거나 심한 경우 보호자를 인지하지 못한 채 공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려견을 직접적으로 흔들어 깨우기보다는 코에 바람을 살짝 불어 깨우거나 이름을 불러 부드럽게 깨워주는 방법이 추천됩니다.
또한 반려견의 경우에도 일상생활에서의 불안도가 높은 경우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같은 잠자리를 쓰는 보호자를 갑자기 공격하는 등의 행동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악몽을 자주 꾸는 수면 장애가 의심되거나, 평소 일상생활에서도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경우라면 행동 진료 전문 수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반려견의 꿈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반려견 또는 동물에 대한 뇌과학은 아직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만큼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드릴 순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어떤 문제의 해답이든 대상(반려견)에게 좋은 쪽의 해답이 맞는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부디 우리의 작은 털 가족이 밤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깨어있을 때 하고 싶었던 일들을 무한히 즐겁게 보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