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모집 전형으로 올해 수도권 주요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합격선을 분석한 결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등급 기준 충족을 요구한 학과 합격생이 그렇지 않은 학과 합격생보다 대체로 고교 내신성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신이 불리하면 수능 최저가 있는 수시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통념이 현실과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 자료다.
종로학원은 6일 이 같은 내용의 주요 대학 수시모집 내신성적 합격선을 공개했다. 서울·경인권 4년제 대학 38곳의 공시자료를 토대로, 2024학년도 수시모집에 합격해 최종 등록한 학생의 학과별 내신 성적 70% 컷(상위 70% 점수)을 산출한 결과다.
인문계열에서 내신 1등급대 학생들은 수능 최저등급 기준 적용 학과(152개)와 미적용 학과(98개)에서 동일하게 평균 1.67등급으로 합격했다. 하지만 내신 2~4등급대는 모두 수능 최저등급 적용 학과의 합격점이 더 높았다. 내신 2등급대에선 수능 최저등급 적용 학과(300개) 합격생의 내신 평균이 2.44등급으로 미적용 학과(2.59등급)보다 높았다. 내신 3등급대 합격생의 평균 내신은 수능 최저등급 적용 학과(61개)가 3.25등급, 미적용 학과(271개)가 3.40등급이었고, 4등급대도 각각 4.20등급(9개 학과)과 4.41등급(67개 학과)이었다.
자연계열도 양상이 엇비슷했다. 내신 2등급대에선 수능 최저등급 기준이 있는 학과(289개) 합격생의 내신 평균이 2.38등급인 데 비해 기준이 없는 학과(374개)는 2.56등급이었다. 3등급대도 수능 최저등급 설정 학과(34개)의 내신 평균이 3.30등급으로, 미설정 학과(323개)의 3.41등급보다 높게 형성됐다. 다만 내신 1등급대에선 수능 최저등급 적용 학과(250개)의 평균 내신(1.63등급)이 미적용 학과(141개, 1.60등급)보다 근소하게 낮았다. 종로학원은 "자연계열 내신 1등급 구간에선 수능 변별력이 어느 정도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주요 대학 전반에서 수능 최저등급 기준이 있는 수시전형의 내신 합격선이 높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내신이 낮은 학생은 수능 최저등급 기준을 맞추더라도 열세를 극복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량적 내신 등급이 대단히 중요한 합격 변수가 되고 있다"며 "특히 내신 경쟁이 치열한 특목·자사고, 상위권 일반고 학생들은 내신 불이익을 수능 최저기준 충족을 통해 만회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대입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시에서 면접 또한 내신 격차 만회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인문계열 1등급대에서 면접을 보는 학과 합격생의 평균 내신은 1.62등급으로, 그렇지 않은 학과 합격생의 내신(1.70등급)보다 외려 높았다. 2등급대는 면접 실시 학과와 미실시 학과의 평균 내신 합격선이 각각 2.60등급과 2.47등급, 3등급대는 3.43등급과 3.32등급으로 나타났다. 자연계열도 1등급대에선 면접 실시 학과의 평균 내신이 1.58등급으로 미실시 학과(1.64등급)보다 높았다. 2등급대는 각각 2.54등급과 2.45등급, 3등급대는 3.43등급과 3.35등급이었다.
이들 38개 대학 합격생의 학과별 내신 등급 분포를 보면, 인문계열(1,284개 학과)에선 2등급대가 47.3%(607개)로 가장 많았고, 3등급대(25.9%·332개) 1등급대(19.5%·250개)가 뒤를 이었다. 자연계열(1,476개)에선 2등급대 비중이 44.9%(663개)로 가장 많고 이어 1등급대(26.5%·391개), 3등급대(24.2%·357개) 순이었다. 계열 통합 선발 학과는 중복 집계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