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위험 대응체계

입력
2024.08.07 04:30
23면
생태계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올여름에도 폭우가 쏟아졌다.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주민이 고립되거나 주택이나 축사가 매몰되기도 했다. 가금류를 포함한 70만 마리가 넘는 가축 피해가 있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런 집중호우가 반복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인간과 동물은 같은 위험에 처하며 이들의 안전은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재난상황에서 동물을 돌보는 보호자와 구조 인력은 가중된 위험에 노출된다. 그래서 화재와 수해와 같은 대규모의 재해 시 동물 구조에 참여할 전문기관의 협력체계와 전문가 훈련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실제로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2019년 호주 블랙 서머 이후 각국은 동물을 포함하는 구조 자원을 확충하고, 재난 대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대응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 특성에 따라 살고 있는 동물 종과 수, 인간과 동물의 삶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재해에 대한 대응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농촌 지역에서는 대규모의 농장동물 이동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화재나 수해의 피해를 막는 시설과 환경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재난 시 전기나 연료의 중단으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한 대비도 중요하다. 사람보다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소나 말이 물에 빠졌거나 고립되었을 경우 이들을 구조하는 일은 또 다른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요구된다.

도시 지역에서는 가구 내 반려동물과의 동반 대피나 구조가 중요하다. 서울 지역에 등록된 반려견의 수만 60만 마리가 넘고, 실제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 수해나 화재의 경우 미리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들과 함께 대피하려는 시도 자체가 보호자의 대피나 구조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도시에서 유기되거나 위험에 처한 동물구조는 소방인력이나 위임을 받은 민간 동물구조단체가 담당한다. 소방인력은 동물로 인해 연간 약 8만 건 이상 출동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동물구조나 포획에 대한 현장 매뉴얼과 교육이 일부 실시되고 있지만, 구조의 효율성뿐 아니라 구조 인력의 안전까지 아우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동물 구조의 경험을 나누고 필요한 장비를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위험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구조인력이 업무 중 부상을 입는 일 없이 재해 상황에 놓인 인간과 동물을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데 필요한 지원과 투자는 망설이거나 미뤄둘 수 없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