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증시를 집어삼키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전환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은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요구를 쏟아내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을 주시 중이다.
5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5.25~5.5%인 정책금리를 4.75~5%로 0.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91.5%로 반영 중이다. 미국 제조업이 위축됐다는 통계에 이어 실업률 등 7월 고용지표까지 얼어붙자, 경기침체 우려에 내몰린 연준이 예상보다 공격적인 금리 조정을 단행할 것이란 베팅이 급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전망 수정도 이어지고 있다. JP모건과 시티그룹은 연준이 9월과 11월 연속으로 금리를 0.5%포인트씩 내리고, 12월에도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란 의견을 냈다. 이면엔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깔려 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은 정책 실기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브라이언 제이콥슨 아넥스 자산운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파월 의장이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7월에 금리를 내렸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고,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고용지표 악화는 과열됐던 노동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경제팀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기존 15%에서 25%로 상향하면서도 “침체 위험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본다. 경제는 전반적으로 괜찮고, 큰 금융 불균형도 없으며, 연준은 필요시 금리를 신속하게 인하할 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연준은 단 하나의 경제지표에 과잉 반응하지 않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연준의 실제 인식 변화와 9월 ‘빅컷’ 여부에 대한 힌트는 이달 21일 나오는 7월 FOMC 의사록과 22~24일(현지시간)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잭슨홀 미팅을 통해 파월 의장이 보다 강한 금리 인하 의지를 밝힐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증시의 경우 5일 발표되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비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14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15일 미국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등 지표를 꼼꼼하게 챙겨 보며 변곡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라이트는 28일 예정된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도주의 견고한 성장세가 확인되면 거칠었던 악재들도 해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