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사상 최대 낙폭을 경신하며 충격에 빠졌다.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5일 전장보다 4,451엔(약 4만2,574원) 폭락했다. 기존 최대 낙폭을 기록한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전장보다 12.4% 하락한 3만1,458엔(약 13만9,434원)에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폭락했다. 오후 장중 한때에는 3만1,156엔(약 11만558원)까지 떨어졌다. 일본 NHK방송은 "오늘 오후 2시 50분쯤 4,700엔(약 4만5,003원)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낙폭은 4,451엔으로,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3,836엔 하락)보다도 컸다. 이전 거래일인 지난 2일 2,246엔 급락하며 사상 두 번째 낙폭을 보인 데 이어, 이날에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닛케이지수 하락률은 블랙 먼데이 14.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일본 증권시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오사카증권거래소는 이날 오후 1시 26분부터 10분간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매도세가 거세지자 오후 2시 30분쯤 다시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며 제동을 걸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장중 상황에 대해 "마치 누군가 자리가 가득 찬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절규한 것과 같은 광경"이라며 "더 하락할 여지가 있어 시장 혼란이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닛케이지수 폭락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영향이다. 지난 1일(미국시간) 발표된 미국 고용 관련 경제지표 악화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고, 엔화 강세도 겹치며 수출 관련주 매도 주문이 늘어났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의 7월 고용 통계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며 "미국 경기 후퇴 우려 속에 해외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등 시장 참가자 전원이 주식 매도로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엔화 강세도 이어졌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이날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1엔대(약 1,352원)로 올랐다. 141엔대는 지난 1월 초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엔화는 지난달 초만 해도 기록적인 엔화 약세로 달러당 161엔대까지 떨어졌는데, 최근 엔화 강세로 바뀌며 한 달 만에 20엔가량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