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 폐기된 노란봉투법이 22대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재발의와 초고속 처리 끝에 5일 국회 본회의를 다시 통과했다. 이번에 통과된 노조법 2ㆍ3조 개정안의 골자는 쟁의행위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근로자와 사용자 범위 확대, 쟁의행위의 범위 확대 등이다. 노동계는 환영이지만, 경제계와 여당은 “우리 기업과 경제를 무너뜨리는 악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을 재차 촉구하고 있다.
▦ 노란봉투법의 시작은 따뜻했다. 2009년부터 벌어진 쌍용차 노조 쟁의행위와 관련해 사측과 경찰이 노조 관계자 등에게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서 2013년 47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자 노동ㆍ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노조원들에게 배상금에 보태 쓰라는 성금을 담은 '노란봉투' 보내기 운동이 벌어졌던 데서 비롯했다. 입법 추진과정에서 손해배상 청구 제한 외에 근로자 범위 확대 등 다른 노동현안이 대거 추가됐다.
▦ 노란봉투법은 바람직한 면이 적지 않다. 현행법상 ‘근로자’는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 자’로 국한돼 있다. 하지만 보험설계사나 배달업 종사자 등 특수고용직ㆍ플랫폼노동자들 역시 판례에서 실질적 근로자로 인정되는 만큼, 합당한 노조활동을 보장토록 근로자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크다. 사용자도 지금은 ‘직접적인 근로계약의 당사자’로 국한하지만,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원청에 의해 좌우된다면, 원청사업자를 하청근로자의 사용자로 포함시키는 노조법 개정 역시 필요하다.
▦ 문제는 경제·산업현장을 위축시킬 현실적 부작용 위험이다. 일례로 노조의 손해배상 면책요건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회사는 노조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또 원청기업에 대한 하청근로자의 쟁의가 허용되면 자동차 등 수십, 수백 개 하청업체와 협업 시스템을 갖는 업종은 1년 내내 하청노조와의 쟁의로 바람 잘 날 없을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도 당연하다. 이처럼 노란봉투법엔 음과 양이 공존하는 만큼 여야가 강대강 대치만 하다 말 게 아니라, 협상을 통해 합리적인 선에서 법안을 살리는 방도를 찾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