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군 복무 중 사고로 숨진 군인에게 뒤늦게 순직이 인정됐지만 사망보상금 지급을 받지 못한 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군 측은 보상지급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뒤늦게 진상을 알게 된 유족에게 금전적 보상을 거부하는 건 부당하다며 이 주장을 물리쳤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A씨 유족이 국군재정관리단을 상대로 낸 군인 사망보상금 지급 불가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5월 28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54년 육군 복무 중 막사 신축 작업에 동원됐다가 산이 무너지는 사고로 1년 5개월가량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1956년 1월 결국 숨졌다. 사망신고는 그해 11월 이뤄졌고, 육군본부는40여 년이 지난 1997년 A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하고 재분류 결정을 내렸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2021년에서야 그의 사망이 군 복무와 관련 있다고 결정했다.
A씨 유족들은 이를 근거로 사망보상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국군재정관리단은 "1956년 11월 이전에 사망통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이로부터 5년이 지나 시효가 완성돼 급여 청구권이 없다"면서 지급을 거부했다. 유족들은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유족들은 "당시 A씨의 사망통지서를 수령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 사망 당시 그의 자녀는 만 3세에 불과했고, 군이 1997년 순직 재분류 결정을 했지만 정작 유족에겐 통보되지 않은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군의 사망보상금 지급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 냈다. 재판부는 "피고(군)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의칙이란 법률관계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야 하고,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대법원 판례상, 국가 배상 책임을 따지는 사건에서 국가 잘못으로 청구인이 권리를 일정 기간 행사하지 못했다면 신의칙을 적용해 소멸시효 주장을 물리친다.
재판부는 "망인이 군 복무 수행 중 사망했는데도 육군본부는 이를 병사로 규정해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고 뒤늦게 순직 결정을 하고도 통지하지 않았다"면서 "원고가 군인사망보상금은 물론 국가배상 등 어떤 금전적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