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중국 여자 탁구가 극단적인 팬덤 문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랭킹 1위인 쑨잉사와 4위 천멍이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맞붙어 집안싸움이 연출됐는데, 쑨잉사의 팬들이 천멍을 향해 야유를 퍼붓는 등 눈살을 찌푸릴 만한 행동을 거듭했다. 일부 팬은 천멍을 향해 손가락으로 욕을 하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는 팬덤 문화가 탁구를 잠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천멍은 지난 3일(현지시간)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탁구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쑨잉사를 4-2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유빈(대한항공)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천멍은 이날 승리로 2020 도쿄 대회에 이어 2연패를 차지하게 됐다.
누가 이기든 메달은 중국에 돌아가는 상황이었지만, 팬들의 마음은 달랐다. 쑨잉사는 2023년 세계선수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경기 중 관중 대다수는 쑨잉사를 연호했고, 천멍이 서브하거나 점수를 따면 야유를 보냈다. 일부는 천멍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고 욕을 하기도 했다. 천멍을 향한 일방적인 비난은 그가 금메달을 따낸 시상식에서도 계속됐다.
온라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는 천멍의 승리 이후 비난을 표한 300개 이상의 계정을 '갈등 조장'사유를 들어 차단 조치했다.
중국 내에서도 이 같은 비뚤어진 팬심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이렇게 예의 없고 존중 없는 관중은 처음 본다. 모두 중국인이고, 중국 팀이다. 정상이라면 둘 다 응원하고, 적어도 아유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이들의 행동이 (중국을) 창피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사용자도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고, 소리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경기 중에 손으로 욕을 하거나, 욕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특히 두 선수 모두 중국인이었다. 모두에게 무례한 행동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웨이보에서는 '팬덤 문화가 중국 탁구를 잠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해시태그(#)가 인기를 끌었다.
중국 유명 매체 소후는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정말 부끄럽다. 선수들은 그들의 영광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팬들이 그들의 동료를 아프게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탄식했다고 일본 매체 '고코카라'는 전했다. 중국 당국도 이런 팬덤 문화를 경계한다. 국가체육총국은 지난 5월 회의에서 "선수 선발·육성 등 전 과정에 걸쳐 기형적인 팬덤 문화를 단호히 막아야 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 여자 탁구 대표팀은 5일 오후 3시 이집트를 상대로 단체전을 치른다. 복식 1게임, 단식 4게임으로 구성된 단체전에는 여자 단식 금메달, 은메달의 주인공인 천멍과 쑨잉사가 왕만위와 함께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