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풀파티' 대학 연합동아리서 마약 유통… 수도권 명문대생 무더기 덜미

입력
2024.08.05 10:30
고급호텔 등 앞세워 회원 모집 후
마약 중독 노려 LSD·대마 등 권유
제주, 해외로 운반 뒤 투약하기도

연합동아리를 활용해 마약을 유통하고 투약까지한 대학생들이 수사당국에 적발됐다. 명문대생 다수가 포함된 이 동아리의 학생들은 외제차 이용, 고급호텔 숙박 등을 내세워 회원을 모집하고 마약 투약을 권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남수연)는 국내 주요 명문대 포함 대학생들이 가입한 연합동아리를 이용해 마약을 유통, 투약한 대학생 14명을 적발했다고 5일 밝혔다. 주범인 30대 남성 A씨와 마약을 매수·매도한 5명은 재판에 넘겨졌고, 투약만 한 8명은 기소유예됐다. 피의자들은 서울, 경기, 인천 등 13개 대학의 학생들로 여기엔 로스쿨 준비생과 의·약대 준비생도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연합동아리 회장인 A씨는 2021년 동아리 결성 후 캠퍼스픽 등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가 외제차, 고급호텔, 레스토랑 입장을 무료로 또는 싸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주요 명문대 재학생들을 모집했다. 해당 동아리는 삽시간에 회원수 전국 2위, 약 300명 규모로 몸집을 키웠다.

A씨는 회원 간 친목을 도모한 뒤 마약을 권하기 시작했다. 참여율 높은 회원들을 선별해 클럽, 뮤직페스티벌 등에 초대했고 술을 마시며 액상대마와 합성마약인 LSD, 케타민, 필로폰 등 다양한 마약을 접하게 했다. 놀이공원에서 투약을 하거나 남성회원들과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호텔 스위트룸에 초대해 집단 투약하기도 했다. A씨는 '우울증, 중독 등에 효과가 있다'는 정보를 퍼뜨려 회원들이 LSD를 투약하게끔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자신이 얻게 된 마약을 기반으로 수익을 내기도 했다. 대마를 시작으로 점차 강도가 강한 마약을 접하게 한 후, 회원들에게 텔레그램·가상화폐를 통해 웃돈을 붙여 고가에 판매하는 수법이다. A씨는 지난해 1,2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마약 매매대금으로 썼는데, 동아리 운영진인 20대 중반 B, C씨와 함께 LSD를 기내 수하물에 넣어 제주, 태국 등지로 운반한 뒤 그곳에서 투약하기도 했다.

A씨에게는 특수상해와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무고 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지난해 4월 동아리에서 교제한 24세 대학생 여성을 와인병을 이용해 수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피해자와 성관계를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했다. 마약매수대금을 전송한 가상화폐 세탁업자가 매수, 투약을 신고하려 하자 그를 거짓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텔레그램 채널에 가입해 마약 수사 대비 방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을 포착했다. 대학생 등 9,000명이 가입한 해당 텔레그램 채널에는 '휴대폰 저장자료 영구 삭제 등 포렌식 대비, 모발 탈색 염색' 등 대비 방법이 올라왔고, 피의자들 역시 해당 방법을 수사대응에 활용했다.

검찰은 단순 투약 대학생들에 대해서는 맞춤형 치료, 재활을 조건으로 한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마약 중독을 이겨내고 사회에 신속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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