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3관왕' 김우진에게 4.9㎜ 차이로 석패한 미국 양궁 남자 국가대표 브래디 엘리슨이 양궁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엘리슨이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음에도 김우진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이 방송 중계화면에 잡히면서 찬사가 쏟아졌다. 엘리슨은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백전노장이다.
엘리슨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대회 양궁 남자 개인전 금메달 결정전에서 김우진과의 슛오프 접전 끝에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우진과 엘리슨은 세트스코어 5-5 상황에서 쏜 마지막 화살이 모두 10점에 명중했다. 김우진의 화살은 정중앙에서 55.8㎜ 떨어진 곳에, 엘리슨의 화살은 60.7㎜ 떨어진 곳에 박혔다. 슛오프에서도 동점이 나올 경우 과녁 정중앙과 가까운 화살을 쏜 선수가 이긴다.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쳤지만 엘리슨은 아쉬운 기색도 없이 김우진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후 김우진의 손을 높이 들어 올리며 함께 만세를 했다. 엘리슨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김우진을 치켜세웠다. 그는 "김우진은 놀라운 선수"라며 "우리 둘 다 활을 들어 올리면 양궁 역사상 위대한 듀오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꿈꿔왔던 경기였다. 우리는 마치 챔피언처럼 쐈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김우진과) 다시 경기할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엘리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목에 건 김우진과 팽팽한 접전을 벌일 만큼 세계 양궁계에서는 유명한 백전노장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고, 은메달 3개와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엘리슨은 한국 출신 지도자 이기식 미국 양궁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10년 넘는 지도를 받으며 '태극궁사 킬러'로 성장했다. 그 결과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에서는 한국을 꺾고 결승에도 올랐다. 이번 파리올림픽 남자 개인전 8강에서도 김제덕을 상대로 6-0 완승을 거뒀다. 올림픽뿐만 아니라 세계양궁 무대에서 태극궁사들의 금메달 행진을 막는 천적이자, 경계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엘리슨의 외모도 주목받았다. 누리꾼들은 그의 과거 모습을 두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닮았다"며 관심을 보였다. 경기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 엘리슨의 태도에 대해서도 "올림픽 정신, 스포츠 정신이 뭔지 보여줬다", "품격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