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잠수함을 격침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동쪽 영토를 러시아에 계속 빼앗기고 있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거둔 성과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를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군사시설을 파괴했다는 점도 강조하는 등 군 사기 진작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전날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구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고, 러시아 잠수함 '로스토프온돈'이 그 자리에서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잠수함은 2014년 진수·취역을 한 디젤·전기 잠수함으로,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발사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S-400 방공시스템 미사일 발사대 4기도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침묵 중이지만 우크라이나군 발표가 사실이라면 상당한 성과다.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꾸준히 공격해 왔고, 이로 인해 크림반도 주둔 흑해함대의 기능 약 30%가 무력화됐다고 주장해 왔으나 로스토프온돈 침몰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흑해함대가 보유한 로스토프온돈은 총 4대로, 대당 가격은 3억 달러(약 4,085억 원)에 달한다.
더구나 해당 잠수함은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뒤 큰 손상을 입었다가 최근 수리를 마치고 시험 운행에 돌입한 것이라는 점에서 러시아로선 더 굴욕적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로스토프온돈의 파괴로 흑해의 우크라이나 영해에서 러시아 함대가 안전한 곳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서남부 로스토프의 모로조프스크 비행장도 공격해 탄약 창고를 파괴했으며, 러시아 로스토프·벨고로드·쿠르스크 등의 유류 창고에도 피해를 입혔다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러한 성과를 칭찬하며 "점령자(러시아)가 우리 땅에 머무르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모든 공격은 전쟁의 정의로운 종식에 더 가까워지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다만 전과에 마냥 기뻐할 수도 없다. 동쪽 전투 상황은 계속 힘들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등에서 러시아는 유도 폭탄 발사 및 보병 투입을 번갈아 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군을 하루 수백m씩 야금야금 밀어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주 "도네츠크주에서 5개 정착지를 점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산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꺼리는 서방을 향해 "입장을 바꿔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